
막스 페르스타펜이 시즌 중반 헝가리에서 “올해 남은 그랑프리에서 우승은 힘들 것”이라 말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이탈리아 몬자에서 다시 한 번 20초에 가까운 격차를 벌리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는 레드불이 2025 시즌 들어 보여준 가장 완벽한 경기 중 하나였다.
레드불은 이번 성과의 핵심 요인으로 ‘서킷 특화 세팅’을 꼽았다. 몬자는 저다운포스 트랙으로, RB21의 특성과 맞아떨어진 덕분에 지난해의 부진과 달리 개선된 패키지를 완벽히 활용할 수 있었다. 페르스타펜 역시 “여전히 서킷 특성에 따라 성능 차이가 크다”며 모든 경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보진 않았다. 그러나 바쿠 역시 긴 직선 구간이 많아 몬자와 유사한 장점을 발휘할 수 있다는 평가다.

주목할 점은 레드불의 ‘운영 철학’ 변화다. 로랑 메키에스 팀 대표와 헬무트 마르코 고문은 몬자 이후 “이제는 시뮬레이터 결과만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는다”며 드라이버 경험과 기술진 협업에 더 무게를 두겠다고 밝혔다. 이는 여름 방학 이후 팀이 시도한 새로운 세팅 방향과 맞물려 있으며, 기술 총괄 피에르 와케 역시 “잔드보르트에서 방향성을 찾았고, 몬자에서 최적화했다”고 설명했다.
바쿠는 레드불에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가 공존하는 트랙이다. 긴 직선로는 RB21의 강점이지만, 노면 요철과 스트리트 서킷 특성이 약점으로 꼽힌다. 마르코는 그럼에도 “바쿠에서는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진짜 시험대는 싱가포르다. 저속 코너가 많은 시가지 서킷은 전통적으로 레드불이 고전해온 무대이기 때문이다.
레드불은 여전히 맥라렌의 강력한 속도와 메르세데스의 꾸준함에 맞서야 한다. 하지만 잔드보르트와 몬자에서 얻은 교훈이 다른 서킷에서도 RB21의 세팅 윈도우를 안정적으로 찾을 수 있게 해준다면, 시즌 후반에도 이변은 충분히 가능하다. 완전한 부활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페르스타펜의 비관적 예측’이 무너졌다는 사실은 레드불이 아직 우승 경쟁에서 완전히 물러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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