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자동차 매체 왓카?가 44도의 극심한 무더위 속에서 전기차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저온 환경과 다르지 않게 주행 거리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왓카 유튜브 캡처)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전기차 배터리 성능이 혹한뿐 아니라 폭염에서도 크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자동차 전문 매체 왓카(What Car?)가 최고기온이 44도에 이르는 스페인 남부의 극심한 더위 속에서 실시한 전기차 주행거리 테스트 결과, 일부 모델은 공인 주행거리 대비 최대 44% 짧게 달리는 데 그쳤다.
이번 테스트에는 시트로엥 e-C3, 기아 EV3 롱레인지, 테슬라 모델 3 롱레인지 듀얼 모터 등 3대의 전기차가 참여했다. 테스트는 고속도로의 평균 속도에 맞춰 달려 극심한 기온 변화와 함께 전기차 효율이 가장 낮아지는 조건에서 진행했다.
소형 공랭식 44kWh 배터리를 탑재한 시트로엥 e-C3는 WLTP 기준 199마일(320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하지만 실제로는 약 142마일(228km) 주행 후 방전돼 공인 대비 28.7% 짧았다. 효율도 1kWh당 2.7마일(4.34km)로 세 모델 가운데 가장 낮았다.
기아 EV3 롱레인지의 경우 81.4kWh 배터리를 장착해 362마일(582km)의 공인 주행거리를 갖고 있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약 246마일(396km) 정도로 줄어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평균 효율은 2.9마일/kWh(4.66km)를 기록했다.
테슬라 모델 3 롱레인지 듀얼 모터는 80kWh 배터리 팩을 탑재해 공인 주행거리 436마일(702km)을 인증받았으나 실제 최대 주행거리는 244마일(392km)에 불과해 무려 44%나 짧아졌다. 효율성은 3마일/kWh(4.88km)로 가장 높았지만 감소율은 세 차종 중 가장 컸다.
주행거리와 달리 충전 성능에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기아 EV3와 테슬라 모델 3는 폭염에서도 빠른 충전을 유지했으며 공식 수치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모델 3는 9%에서 80%까지 충전에 32분이 걸려 공식 기록인 27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기아 EV3도 10%에서 80%까지 31분이 소요돼 공인 수치보다 불과 3분 더 걸렸다. 반면 e-C3는 배터리 잔량이 10% 이하로 떨어져 충전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섭씨 20~25도(화씨 68~77도)에서 가장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하며 이 범위를 벗어나면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번 실험으로 고온 환경 역시 전기차 주행거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입증됐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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