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들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확대되자,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유럽의 전통 자동차 업체들이 대대적인 신모델 출시로 시장 점유율 방어에 나섰다.
투자은행 UBS는 지난 9월 뮌헨 IAA 모빌리티 2025 모터쇼에서 12개 이상의 중국 브랜드와 50개 이상의 공급업체가 참여한 것을 두고, 중국의 유럽 시장 공략 야심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피치 솔루션즈의 자회사 BMI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은 중국 전기차의 30%에 달하는 가격 우위에 맞서 싸워야 하지만, BMW, 메르세데스, 폭스바겐 등 유럽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뿌리 깊은 충성도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서유럽 시장에서 전통 브랜드의 영향력은 여전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의 공세는 거세다. 자동차 컨설턴트 JATO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BYD, 지커, 오모다, 리프모터 등 중국 브랜드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24년 상반기 5.1%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BMI 보고서는 EU의 중국 전기차 관세 부과 이후, 중국 제조사들의 전략이 수출 주도에서 현지 생산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BYD는 헝가리와 터키에, 체리는 스페인에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스텔란티스와 협력 중인 립모터는 폴란드와 스페인에서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중국 내수 시장의 과잉 생산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컨설팅 기업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제조사 129개 중 2030년까지 살아남을 기업은 15개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중국 제조사들은 해외 시장, 특히 유럽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에 맞서 유럽 제조사들은 2026~2027년 사이 저렴한 전기차를 대거 출시하며 반격에 나설 예정이다. 폭스바겐 ID.1, 르노 5 E-테크, 푸조 E-208, 피아트 판다 EV 등 소형 해치백 및 SUV 모델이 주력이다. 이들은 LFP 배터리를 적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내구성을 높일 계획이다.
유럽 제조사들은 EU의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에 대한 완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포함하고, e-퓨얼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의 수명을 연장하는 방안을 EU와 논의 중이다. 이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HSBC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리서치는 예상보다 더딘 전기차 전환 속도가 기존 제조사들에게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조정 기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BMI는 유럽 제조사들이 저렴한 중국산 모델, 출시 지연, 소프트웨어 경쟁력 등 여러 함정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