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글래디에이터. 스텔란티가 글래디에이터의 전동화 버전(PHEV)의 개발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지프(Jeep)가 올해 출시 예정이었던 글래디에이터(Gladiator)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의 생산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모회사 스텔란티스가 최근 램(Ram) 전기 픽업트럭 출시를 철회한 데 이어 전동화 전략을 대폭 수정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스텔란티스는 “배터리 전기 트럭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변화함에 따라 제품 전략을 재검토했으며 전동화된 글래디에이터 모델은 더 이상 출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프는 이미 공급업체들에 이 같은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현재 3.6ℓ V6 엔진을 장착한 글래디에이터는 최소 2028년까지 생산이 이어지며 향후 추가적인 파워트레인 옵션과 맞춤형 사양이 제공될 예정이다.
글래디에이터 4xe는 올해 출시를 목표로 준비돼 왔으나 오하이오주 톨레도 조립공장에서의 일정 지연과 생산 차질로 인해 계획이 계속 미뤄졌다. 랭글러와 그랜드 체로키 등 기존 SUV 라인업이 이미 4x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판매 중이라는 점에서 픽업트럭 시장에서도 전동화 모델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국 무산됐다.
스텔란티스의 전략 수정은 미국 내 정책 변화와 무관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7500달러 전기차 세액공제가 이달 종료되고 더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 역시 철회 수순에 들어가면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생산 확대의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
이에 따라 스텔란티스는 전동화 라인업의 생산량을 줄이고 내연기관 모델을 다시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스텔란티스는 램 1500 전기 픽업 계획을 백지화했으며 헤미(Hemi) V8 엔진을 일부 모델에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지프 CEO 밥 브로더도르프는 “랭글러와 글래디에이터 팬, 그리고 헤미 팬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향후 고성능 V8 엔진 라인업 확장을 예고했다. 글래디에이터에 헤미 엔진이 적용될지 여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지프의 방향성이 내연기관 강화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한편 글래디에이터의 판매는 2021년 약 9만 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왔으나, 올해 들어 공격적인 가격 인하로 반등에 성공해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이는 전동화 모델 없이도 일정 수준의 시장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스텔란티스의 전략 수정 배경과도 맞물린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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