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르쉐가 차세대 718 박스터(Boxster)와 카이맨(Cayman)에 대해 당초 ‘전기차 전용’ 방침을 수정하고, 고성능 버전에 한해 가솔린 엔진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전 세계 스포츠카 수요의 핵심 요소가 연비나 정숙성이 아닌, 배기음과 엔진 회전에서 오는 감각적 만족이라는 점을 반영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스포츠카 시장은 다른 세그먼트와 달리 수요 탄력성이 크다. SUV나 세단은 대체재가 많지만, 스포츠카는 고객이 원하지 않으면 판매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포르쉐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약 52세로, 이들은 수십 년간 플랫-식스 엔진의 감성을 꿈꿔온 세대다. 이들에게 전기차의 조용함과 매끈한 주행은 오히려 매력 요인이 되지 못한다.
전기 스포츠카는 무게와 가격, 주행 감각 등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 아직 경량의 합리적인 가격대 모델, 예컨대 전기차 버전의 ‘미아타’ 같은 차량은 시장에 등장하지 않았다. 차세대 718의 전기 버전은 분명 높은 성능을 제공하겠지만, 내연기관의 감성을 원하는 고객층을 바로 대체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스포츠카는 주로 세컨드카 혹은 서드카로 보유되며, 연간 주행거리가 적다. 주행 빈도가 낮은 스포츠카는 환경 영향 면에서도 대량 판매 차량에 비해 비중이 작다. 고성능 V8 엔진을 탑재한 쉐보레 콜벳조차 고속도로에서 25mpg(약 10.6km/ℓ)를 기록하는 등 효율성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개선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전기차 기술 발전으로 가벼우면서도 매력적인 스포츠카가 등장할 가능성은 크다. 포르쉐 역시 이미 초고속 충전과 뛰어난 성능을 갖춘 전기차 기술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결정은 과도기적 조정으로, 브랜드 충성 고객을 잃지 않으면서 전기 스포츠카의 완성도를 높일 시간을 벌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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