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쓰다 MX-5 미아타를 통해 전 세계 자동차 문화를 다시 쓰게 한 디자이너 토마스 ‘톰’ 마타노(Tom Matano)가 향년 76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미아타의 아버지’로 불리며, 스포츠카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열정과 문화의 상징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인물이었다.
1980년대 영국식 로드스터의 쇠퇴로 소형 오픈톱 스포츠카 시장은 사실상 자취를 감춘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타노가 이끈 미아타 프로젝트는 경쾌한 디자인과 순수한 운전 재미를 결합해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다. 1989년 출시 당시 미아타는 “운전이 중독될 만큼 즐거운 진짜 스포츠카”라는 평가와 함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고, 오늘날까지도 로드스터의 대명사로 불린다.
마타노의 경력은 호주 GM 홀덴 디자인에서 시작됐다. 이후 유럽으로 건너가 BMW와 볼보에서 경험을 쌓은 뒤, 마쓰다 북미 디자인센터의 수석 디자이너로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미아타 외에도 1990년대 초 등장한 3세대 RX-7(FD)의 유려한 라인을 완성하며 또 다른 걸작을 남겼다. 당시 대만 출신 아티스트 우-황 친(Wu-Huang Chin)과 함께 만들어낸 RX-7 FD의 조형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1999년 마쓰다 본사 디자인 총괄에 올랐으며, 2002년부터는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오브 아트 대학교(AAU) 산업디자인 학부 전무이사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이후 차세대 자동차 스타트업 넥스트 오토웍스 부사장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마타노의 별세 소식에 전 세계 자동차 팬들과 업계 인사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미아타 리유니언 조직위원회는 “그의 비전은 단순한 자동차를 넘어 전 세계를 잇는 우정과 추억, 가족 같은 공동체를 만들어냈다”고 애도했다.
마쓰다 북미 임원 출신 로버트 데이비스는 “그의 디자인 실력은 친절함에 비하면 빛을 덜 발할 정도였다. 그는 열정적인 자동차 애호가이자 진정한 신사였다”고 회상했다.
IMSA(국제 모터스포츠 협회) 존 두넌 회장은 “전설이라는 단어가 과하게 쓰일 때가 있지만, 마타노에게는 그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며 “그가 들려주던 미아타 개발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었고, 그의 열정은 모든 이들에게 도전을 멈추지 말라는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마타노는 수많은 자동차 팬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오늘날 도로 위를 달리는 수백만 대의 MX-5 미아타마다 그의 열정과 철학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