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라리가 루이스 해밀턴 영입을 전격 발표하며 자리를 잃은 카를로스 사인츠는, 2024년 시즌 내내 “이게 마지막 포디움일까”라는 불안을 안고 달려야 했다. 레드불과 메르세데스가 모두 영입을 거부하면서 그가 택한 곳은 윌리엄스였다. 팀 대표 제임스 보울스와 새로운 투자에 힘입어 부활을 노리는 팀이었지만, 확실한 성과를 보장받을 수 없는 도전이었다.
2025시즌, 윌리엄스는 중위권 이상의 경쟁력을 갖춘 머신을 내놓으며 팀 성적을 개선했고, 사인츠와 알렉산더 알본은 팀을 컨스트럭터 5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시즌 초반 주목을 받은 쪽은 알본이었다. 알본은 세 차례의 5위 입상으로 70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최고 시즌을 보내고 있었고, 반면 사인츠는 기계 결함, 작전 실수, 그리고 몇 차례의 개인적 실수까지 겹치며 16점에 그쳤다.
하지만 바쿠에서 사인츠는 마침내 답을 내놓았다. 강풍이 불며 상위권 드라이버들이 고전한 예선에서 환상적인 랩으로 2번 그리드를 차지했고, 일요일 레이스에서는 완벽한 주행으로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18개월간의 격동기를 지나며 마침내 증명한 순간이었다.
사인츠는 경기 후 “1년 전 윌리엄스를 선택했을 때, 이 팀이 다시 올라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지금 이렇게 결과로 보여줄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 팀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있고, 올해 내내 차와 함께 빠른 속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아 결과가 없었을 뿐이다. 이제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고 덧붙였다.
2019년 브라질 그랑프리에서 맥라렌 시절 기록한 첫 포디움보다 이번 승리가 더 값지게 느껴진다는 그의 말처럼, 사인츠의 바쿠 우승은 단순한 성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불확실성 속에서 내린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자, 윌리엄스의 부활에 불을 붙이는 신호탄이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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