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혁명. 자율주행으로 일손을 대신하고 수소 에너지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시대가 왔다.(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농업 현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ICT(정보통신기술)과 IoT(사물인터넷), 그리고 빅데이터·AI·로봇·자동화 기술 등을 접목한 스마트팜(Smart Farm)에 이어 땀 흘려 밭을 가는 농부 대신 자율주행과 수소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미래의 풍경이 현실로 다가왔다.
쿠보타(Kubota)가 최근 오사카 엑스포 2025에서 공개한 세계 최초의 수소 연료전지 자율주행 트랙터는 그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을 대표하는 농업·건설·산업 기계 전문 제조기업 쿠보타는 1890년 오사카에서 창립된 이래 130년 넘게 농기계와 산업 인프라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이다.
길이 4.4m, 출력 100마력의 이 트랙터는 운전석조차 필요 없다. 인공지능이 장착된 카메라가 주변을 스캔하며 스스로 움직이고 원격 제어를 통해 농부는 집안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 한 번 수소를 충전하면 반나절 가까이 멈추지 않고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10분 남짓으로 배터리 전기식 농기계가 충전 시간과 지속 시간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농업이 자율주행과 수소 기술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농촌 고령화와 인력 부족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문제이고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 또한 피해갈 수 없는 과제다. 게다가 농기계는 장시간 고부하 작업이 기본인 만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고출력 동력이 절실하다.
일본 쿠보타의 자율주행 수소 트랙터. 1회 충전으로 반나절 이상을 운전자없이 스스로 작업을 할 수 있다.(쿠보타)
자율주행은 일손을 대신하고 수소 에너지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해결책이 된다. 농기계의 자율주행 기술은 이미 상당히 진화해왔다. GPS 기반 자동 직선 주행은 보편화되었고 최근에는 라이다(LiDAR)와 카메라, 인공지능 비전 기술이 결합되어 장애물을 피해 가거나 작물과 잡초를 구분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글로벌 기업 존디어와 CNH 인더스트리얼은 완전 무인 트랙터 시제품을 선보였고, 한국의 LS엠트론과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역시 자율주행 트랙터와 드론 연동 시스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쿠보타의 수소 트랙터는 이 같은 흐름 위에서 ‘에너지 혁신’을 결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농업 전동화의 흐름 속에서 배터리 전기식과 수소 기반 동력은 각자의 장단점을 가진다. 배터리는 충전 인프라와 지속 시간에 제약이 있는 반면, 수소는 짧은 충전 시간과 높은 출력, 긴 작업 시간이라는 강점을 지닌다. 물론 수소 충전소 인프라라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각국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경제 로드맵과 맞물릴 경우 농촌이 오히려 새로운 실증 무대가 될 수 있다.
머지않은 미래의 농업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줄 것이다. 새벽녘, 농민이 직접 밭으로 나서지 않아도 자율주행 트랙터가 스스로 일을 시작하고 원격으로 지시를 받은 드론이 비료를 살포하며 인공지능은 토양과 작물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탄소 배출은 사라지고 데이터 기반의 정밀농업이 일상이 되는 시대다.
자율주행차가 도심을 점령하기도 전 농업 현장에서는 이미 모빌리티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증기기관과 내연기관을 지나 이제는 수소와 자율주행이 농업을 이끌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농업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산업이 아니라 가장 앞선 미래를 시험하고 구현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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