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정하는 건 게임이 아니라 플레이어입니다.”
박준선 데브네오 CEO
경로가 정해진 타워 디펜스는 많습니다. 하지만 ‘이세계 채광 디펜스’는 다릅니다. 광석을 캐며 스스로 전장을 설계하고, 그 설계 위에 전략을 포개어 매 판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가는 구조죠. 한동안 ‘NAD’라는 가제로 불렸지만, 지금은 이름을 ‘이세계 채광 디펜스’로 바꿨습니다. 이름이 바뀌었다고 해서 방향이 달라진 건 아닙니다. 치열한 토론 속에서 퀄리티를 끌어올리고, 행사 현장에서 플레이어의 반응으로 힘을 얻는 팀. 그 꾸준한 걸음을 데브네오의 목소리로 전합니다.

■ 데브네오의 시작과 철학
Q. 회사(데브네오)를 설립하게 된 계기와, 설립 초기의 어려움 또는 기억에 남는 순간이 궁금합니다.
데브네오: 학교에서 팀원들을 만나 졸업작품으로 시작했어요. 만들다 보니 “이건 게이머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하겠다”는 판단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작품으로 끝내지 않고 회사까지 설립했습니다. 물론 시작이 쉽진 않았어요. 팀을 만든 지 1년밖에 안 됐고, 월급 구조도 아직 완전히 갖춰지지 않아 회사라기보다 팀에 가까운 단계죠. 그래도 졸업 전시 대회 우수상과 작년 WASD 학생 부문 수상 같은 경험이 큰 힘이 됐습니다.
Q:회사 이름 ‘데브네오’엔 어떤 의미와 철학이 담겨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데브네오: 처음엔 영화 ‘매트릭스’의 ‘네오(Neo)’에서 출발했어요. ‘새로운’이라는 뜻도 마음에 들었고요. 다만 ‘네오’가 워낙 많이 쓰이다 보니 앞에 ‘Dev’를 붙여 개발팀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데브네오’로 정착했습니다. 저희 철학은 이용자들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주고, 원하는 방향으로 플레이하게끔 보상으로 유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강제하기보다 스스로 선택하게 만드는 설계죠.

■ 팀워크와 이전 프로젝트
Q:팀워크가 좋다고 느낀 ‘순간’이 있으실까요?
데브네오: 매주 회의를 하는데, 솔직히 토론이 치열합니다. 치고받고 싸우는 게 아니라 건전한 논쟁을 통해 더 나은 방향을 찾는 거죠. 그리고 제가 의견을 내면 팀원들이 신뢰하고 잘 따라와 줘서 늘 고맙고 든든합니다.
Q:이전에 진행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데브네오: 첫 상업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팀으로 VR 체험형 프로젝트를 하나 더 만들었었습니다. 한양대 ERICA와 안산시가 협업한 산업역사박물관에 들어가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유·아동(6~8세) 대상 미니게임 3가지를 통해 산업 구역의 건물·공장을 모아 작은 타이쿤처럼 꾸려보는 체험물이었습니다. 두 달짜리 단기 과제라 퀄리티는 제한적이었지만, 포트폴리오로는 의미가 있었죠.

■ ‘이세계 채광 디펜스’ 한눈에 보기
Q:이번에 소개할 게임의 제목과 간단한 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데브네오: 원래 ‘NAD’라는 가제로 소개했는데, 이번에 정식으로 ‘이세계 채광 디펜스’라는 이름을 바꿨습니다. 말 그대로 이세계로 간 주인공이 채광을 통해 자원을 모으고, 그 자원으로 타워를 건설해 몰려오는 몬스터를 막아내는 타워 디펜스 게임입니다.
Q:같은 장르의 게임과 비교했을 때 차별화된 재미 요소는 무엇인가요?
데브네오: 큰 차이는 플레이어가 직접 경로를 설계한다는 점입니다. 기존 타워 디펜스는 길이 정해져 있거나, 경로 변경이 가능해도 금방 고착화되는 문제가 있잖아요. 저희는 테라리아나 마인크래프트처럼 ‘파고 캐는(채굴하는)’ 플레이를 도입해, 플레이어가 판 그 공간을 통해 몬스터가 진입합니다. 그래서 매번 다양한 길이 만들어지게 되고, 같은 공략이 통하지 않죠.

Q:게임에 반영된 개인적 경험이나 영감의 출발점, 그런 경험이 있을까요?
데브네오: 예전에 즐기던 플래시 게임에서 출발해 “여기에 타워 디펜스를 섞어볼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굴착과 채광형 플레이를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테라리아와 마인크래프트에서 영감을 받았고, 타워 디펜스 템포를 살릴 때는 ‘Dome Keeper’ 같은 작품들을 보며 개선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습니다.
Q:플레이어가 꼭 경험했으면 하는 재미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데브네오: 먼저 채광의 손맛입니다. 어디를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 전장이 바뀌거든요. 다음은 타워 설계의 퍼즐이에요. 파놓은 길과 자원 상황을 보며 최적의 방어선을 짜는 과정이 플레이어들에게 큰 재미를 줍니다. 마지막으로 보스전의 액션 템포를 꼽고 싶습니다. 라운드 고비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투를 의도적으로 설계했어요. 서로 결이 다른 이 재미들이 한 작품 안에서 맞물릴 때, 매 판 전혀 다른 전략이 자연스럽게 요구됩니다.

■ 반응과 앞으로의 일정
Q:개발하면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이 있으실까요?
데브네오: 행사에 갈 때마다 이용자분들이 “정말 재미있다”고 해 주실 때가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특히 BIC ‘인생 게임’ 코너에 저희 이름이 올라간 걸 보고 정말 큰 힘을 얻었어요. 많은 게임 중에 저희를 그렇게 말해 주신 게 감사했고, 오래 기억에 남을 순간이었습니다.
Q:앞으로의 계획 일정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데브네오: 9월 말 얼리 액세스 출시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이용자분들께 저희가 의도한 대로 재미와 감동을 드리는 게 1순위고, 장기적으로는 “몇십 시간씩 몰입해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꾸준히 만들고 싶습니다. 이용자분들이 재미있게 즐겨주시는 것 그 자체가 저희 목표입니다.
Q:마지막으로 소통 창구는 어디에서 확인하면 될지 소개해 주세요.
데브네오: 인스타그램, 트위터(X), 디스코드는 아직 담당자가 없어 활발하진 않습니다. 대신 유튜브에선 영상 위주로 소식을 올리고 있어요. 행사에 나갈 땐 최대한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인스타그램과 트위터(X)를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인터뷰를 마치며: 플레이어가 설계하는 전장, 데브네오의 도전
데브네오는 ‘채광–설계–보스전’이라는 세 겹의 재미를 한 판 안에 정밀하게 쌓아 올렸습니다. 땅을 파서 길을 만들고, 자원 흐름에 맞춰 방어선을 짜고, 고비마다 액션으로 맺는 구조는 플레이어에게 매 판 다른 생각을 하게 요구하죠. ‘NAD’에서 ‘이세계 채광 디펜스’로 바뀐 이름처럼, 게임의 컨셉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9월 말 얼리 액세스를 앞둔 지금, 플레이어가 만든 길 위에서 어떤 전략과 이야기들이 탄생할지 데브네오의 다음 걸음을 함께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기고 : 게임 테스트 플랫폼 플리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