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AI 툴이나 에셋 마켓, 자동화된 개발 환경 덕분에 혼자서도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 과거에는 대규모 스튜디오와 자본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 같았던 일이 이제는 개인 개발자의 손끝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여파로 많이 생겨난 1인 개발자들이 하나의 롤모델로 삼을 만한 게임들이 있다. 전부 혼자 개발했지만 판매량 100만 장을 넘기는 기록을 세운 작품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언더테일이다. 토비 폭스(Toby Fox)가 혼자서 제작한 이 게임은 전통적인 RPG 전투 공식을 비튼 것이 특징이다. 괴물(적)과 싸우지 않고 대화나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했고, 세이브/로드 같은 시스템적 장치를 게임 내 설정으로 녹여낸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픽셀 아트로 표현된 단순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캐릭터 디자인 역시 호평을 받았으며, 토비 폭스가 직접 작곡한 OST는 지금까지도 명곡으로 꼽힌다. 게임은 스팀과 콘솔을 합쳐 최소 1천만 장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여전히 수많은 2차 창작이 이뤄질 정도로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언더테일의 후속작인 델타룬도 공개됐으나, 해당 작품은 토비 폭스 혼자 개발한 것이 아닌 다른 개발자들이 합류한 팀 프로젝트 형태다. 그래도 게임은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며 꾸준히 업데이트와 챕터 공개가 이어지고 있다.

발라트로도 빼놓을 수 없다. 로컬썽크(LocalThunk)라는 개인 개발자가 만든 이 게임은 포커 족보를 기반으로 한 덱빌딩 로그라이크 카드 게임이다. 익숙한 포커 규칙 안에서 수백 종의 조커 카드, 타로 카드, 행성 카드 등 다양한 변수를 더해 전략성을 크게 확장시켰다.
플레이 템포가 짧고 결과가 빠르게 나오는 점에서 높은 몰입감을 준 이 게임은 발매 직후 전 세계적으로 입소문을 타며 성장했다. 발매 72시간 만에 25만 장을 기록했고, 2025년 1월에는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500만 장을 돌파했다. 2024 더 게임 어워드와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에서는 고티(올해의 게임) 후보에도 올랐다.

다만 모든 과정을 혼자 감당하다 보니 개발자의 ‘번아웃’ 문제가 불거졌고, 현재는 1.1 대규모 업데이트가 무기한으로 연기된 상황이다.

심리적 공포 게임 열풍을 불러일으킨 8번 출구도 1인 개발 게임이다. 코타케 노토케케(コタケノトケケ)가 개발한 이 게임은 지하철역 통로를 배경으로, ‘이변(이상 현상)’을 찾아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구조다. 일명 ‘갑툭튀’라고 불리는 ‘점프스퀘어’에 의존하지 않고, 익숙한 공간 속 낯선 위화감을 강조하며, 작은 차이를 놓치면 게임 오버되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게임은 2024년 말 기준 누적 판매량이 200만 장을 돌파했다고 공식 발표했고, 최근에는 영화화 소식으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영화는 한국 기준 10월 22일 개봉 예정이다.

지금은 다른 개발자가 합류하긴 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인 마인크래프트도 첫 시작은 1인 개발이었다. 마르쿠스 페르손(닉네임 ‘노치’)이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하여 혼자 프로토타입을 만든 것이 시작이다.
이후 2009년에는 동료들과 함께 모장(Mojang)을 설립했으며, 블록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자유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2010년 하루 매출이 수억 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고, 2011년 정식 출시 후 모바일과 콘솔로 확장되며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2014년, 모장은 25억 달러(약 3조 5,005억 원)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됐다.
이후로도 게임은 승승장구해 전 세계 판매량 약 3억 5천만 장을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꼽히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스타듀 밸리도 초기에는 1인 개발이었다. 에릭 바론(ConcernedApe)은 프로그래밍, 그래픽, 사운드까지 혼자 담당하며 4년 넘게 개발했다. 2016년 출시된 이 게임은 농사, 연애, 채광, 낚시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생활 시뮬레이션으로, 단순한 농장 시뮬레이터를 넘어 폭넓은 재미를 제공했다. 게임은 출시 두 달 만에 200만 장을 판매했고, 2024년 기준 누적 판매량은 4,100만 장을 돌파했다.
이외에도 크래프톤이 퍼블리싱하면서 한국에서도 알려진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딩컴은 호주 개발자 제임스 벤디가 제작해 100만 장 이상 판매를 기록했고, 토마스 제르브로가 개발한 탑다운 로그라이크 브로타토도 100만 장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위와 같은 게임들이 대표적인 1인 개발 성공 사례로 꼽히지만, 앞으로는 또 다른 이름들이 여기에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개발 환경이 계속 개선되고 도구와 플랫폼도 다양해지는 만큼, 개인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가기 좋은 시대가 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1인 개발 작품이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