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브랜드가 유럽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침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출처: 자토다이내믹스)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지난달 유럽 자동차 시장이 전년 대비 5% 성장한 가운데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시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브랜드 판매는 121% 급증하며 아우디, 르노 등 유럽 전통 강호들을 앞질렀다.
현지시간으로 28일,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지난 8월 유럽 전체 승용차 등록대수는 약 79만 대로 전년 동월 대비 5%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순수전기차는 27% 늘어난 20.2%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5년 들어 누적 순수전기차 등록대수는 154만 대에 달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8월 한 달간 8만 3900대가 등록돼 전년 대비 59% 급증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10.6%까지 올랐다. 이는 전동화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과장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8월 순수전기차 시장이 호조를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유럽 전역에서 대대적인 프로모션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27% 증가는 숫자만큼 큰 의미는 없다”며, 자토다이내믹스의 글로벌 애널리스트 펠리페 무뇨스는 분석했다.
또 그는 “또한 여름휴가 시즌으로 이탈리아처럼 순수전기차 수요가 낮은 시장의 영향이 줄면서 통계상 왜곡이 일부 발생한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가장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것은 중국계 브랜드들로 나타났다.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8월 중국 브랜드는 유럽에서 총 4만 350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무려 121% 성장했다. 이는 같은 기간 아우디(4만1300대), 르노(3만7800대)를 모두 앞선 수치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는 유럽 전통 브랜드보다 많은 전기차를 판매했다(출처: 자토다이내믹스)
이번 통계에는 총 40개 중국계 브랜드가 포함됐지만, 이 중 84%는 MG, BYD, 재쿠(Jaecoo), 오모다(Omoda), 립모터(Leapmotor) 등 상위 5개 브랜드가 차지했다. 특히 MG는 테슬라와 피아트를 제쳤고, BYD는 스즈키와 지프를, 재쿠와 오모다는 각각 알파로메오와 미쓰비시를 능가하는 성적을 거뒀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 약진은 두드러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779대에 불과했던 중국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올해 8월 1만 1000대 이상이 판매되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BYD는 전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브랜드 중 8위에 올라섰으며, BYD 씰 U, 재쿠 J7, MG HS 등은 모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 상위 10개 모델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전체 판매량 기준으로는 여전히 유럽 브랜드가 상위를 점령했다. VW 티록은 8월 유럽 전체 판매 1위를 차지했고, 다치아 산데로와 도요타 야리스 크로스가 각각 2위, 3위에 올랐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에서는 그 위상이 흔들렸다. 테슬라 모델 Y가 순수전기차 중 가장 많이 팔렸지만, 판매량은 전년 대비 37% 감소하며 전체 상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펠리페 무뇨스는 “중국 브랜드들이 유럽 소비자들에게 더 이상 생소하거나 불안한 존재가 아니다”라며, “경쟁력 있는 상품성과 합리적인 가격 전략을 통해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으며, 브랜드 신뢰도 개선에도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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