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티스 노바 시리즈로 다양한 가격대의 가성비 게이밍 헤드셋을 선보여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스틸시리즈가 이번에는 가성비라는 단어를 버리고 럭셔리에 도전장을 던졌다.

기존 최고가 라인업이었던 ‘아크티스 노바 프로’의 상위 모델인 ‘아크티스 노바 엘리트’를 선보인 것이다. 프로를 뛰어넘어 엘리트라는 단어를 붙인 것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1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 헉 소리를 내게 만들지만, 기존 게이밍헤드셋과 비교 불가한 엄청난 성능으로 뭐든지 최상급을 추구하는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기존 아크티스 노바 시리즈가 가격 대비 성능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기 때문에, 사실 가격만 보면 쉽게 추천할만한 제품은 아니지만, 게이밍 헤드셋에서도 급이 다른 명품을 추구한다면 상당히 솔깃할만한 제품이긴 하다. 무려 세계 최초로 Hi-Res 무선 인증을 받은 게이밍 헤드셋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아크티스 노바 프로 제품을 써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고급형 게이밍헤드셋은 그냥 헤드셋 하나만 들어있는 다른 보급형 제품과 달리, 여러 사운드를 조정하는 GameHub가 추가되어 있기 때문에, 제품 박스 크기부터 상당한 위압감을 준다.

기존 게이밍 헤드셋 박스의 2배 정도 되는 크기의 박스를 열어보면, 배송 과정에서 한치의 흔들림도 없도록 단단하게 고정된 헤드셋과 GameHub, 그리고 3개의 USB-C 케이블, 추가 배터리, 이동형 케이스. 마이크 팝필터 등을 발견할 수 있는데, 박스 포장부터 “난 명품이다”라고 외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장 중요한 헤드셋 외관을 보면 기존 아크티스 노바 시리즈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더욱 세련된 느낌을 선사한다. 뱅앤올룹슨과 HAY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덴마크의 유명 산업 디자이너인 야콥 바그너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메탈 프레임에 메탈 컨트롤 힐, 메모리폼 이어컵, 내장 방식으로 부착되어 있는 마이크 등이 세밀한 부분까지 고급스러움을 뿜어낸다. 이전부터 스틸시리즈 간판 모델이었던 SK T1의 페이커 선수가 이번 제품의 홍보 모델로 선정됐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느낌이다.

250g 초경량으로 출시된 아크티스 노바3와 비교하면 380g으로 살짝 무거운 편이지만, 이 정도 고급스러움이라면 130g 정도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무게다.

동봉되어 있는 GameHub는 이 제품이 왜 최상위 모델로 발매됐는지를 알려주는 기기다. 아크티스 노바 프로도 동일하게 GameHub를 제공하긴 하나, 아크티스 노바 엘리트의 GameHub의 뒤편을 보면 USB C 포트 2개만 존재했던 프로 모델과 달리 오디오 케이블 IN/OUT 단자와 함께 USB C 포트가 3개까지 지원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PC와 PS5, XBOX, 닌텐도 스위치, 그리고 모바일 블루투스까지 4개의 기기를 동시에 연결해두고 자유롭게 교체하면서 쓸 수 있는 것이 이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인 것이다. 저가형 제품에서는 자신이 XBOX 제품을 쓸 것인지, PS5 제품을 쓸 것인지 고민하면서 구입을 해야했지만, 아크티스 노바 엘리트는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전원을 넣고 본격적으로 제품을 사용해보면 더 많은 장점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Hi-Res 무선 인증을 받은 제품이기 때문에, 24bit / 96kHz 음원을 무선으로 감상할 수 있다(컴퓨터 사운드 세팅에서 바꿔줘야 적용된다). 기존에도 24bit / 96kHz 음원을 들을 수 있는 제품들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유선이었고, Hi-Res 무선 인증은 고가의 음악 감상용 헤드셋에 들어가던 기능이다보니, 이런 고급 기능이 게이밍헤드셋에도 적용됐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GameHub에 PC와 게임기를 같이 연결해두면, 모든 기기의 사운드가 동시에 흘러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다. PC에서 디스코드로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하면서, PS5나 XBOX 게임기에서 나오는 사운드를 동시에 들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때 GameHub의 다이얼을 조정하면 특정 기기의 사운드만 들리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고성능 게이밍헤드셋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AI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최대 97%까지 배경 소음을 줄여주며, 마이크도 32kHz/16-bit 기술을 통해 표준 마이크 대비 최대 2배 넓은 대역폭으로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특히, 내장 수납형이기 때문에 분실 위험이 없으며, 수납 상태에서는 온보드 빔포밍 마이크로 전환되기 때문에, 외출시에도 자연스러움을 연출할 수 있다.

무선 게이밍 헤드셋에서 거추장스러울 수 있는 배터리 충전도 별 문제가 안된다. 여분 배터리를 GameHub에 충전시켜뒀다가, 다 사용하면 헤드셋 이어 부분 스틸 시리즈 로고가 세겨져 있는 스피커 플레이트를 제거한 뒤, 배터리를 교체하면 되기 때문이다. 반대쪽 스피커 플레이트를 제거하면 USB-C 충전 포트로 직접 충전할 수도 있다.

아크티스 노바 시리즈의 최고 강점이었던 소프트웨어 지원은 아크티스 노바 엘리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PC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전용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운드 세팅값을 조절할 수 있으며, 각 게임의 전문가들이 직접 세팅한 수백가지의 게임 프리셋을 적용할 수 있어 각 게임별로 최적화된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다.

사실 게이밍헤드셋 본래의 목적만 고려한다면, 기존에 발매됐던 아크티스 노바3나 노바5 정도의 제품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게임에서도 최상급 사운드를 듣고 싶고, 여러 개의 게임기를 같이 즐기다보니 매번 세팅하기가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큰 맘먹고 고려해볼한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예전에 무거워서 들고다니지도 못하고, 가격도 비싼 게이밍 노트북은 누가 뒤에서 총들고 사라고 협박할 경우에 사게 된다는 인터넷 밈이 있었다. 하지만, 게이밍 노트북 시장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보면,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기준점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성비를 따지만 절대 추천해줄 수 없는 제품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필요했던 제품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