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해외 진출 공세가 점차 힘을 잃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로디움 그룹(Rhodium Group)이 9월 3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 및 부품 제조업체의 2024년 해외 전기차(EV) 공급망 투자액은 사상 처음으로 국내 투자액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 수치는 실질적 확장이 아닌, 정체된 성장의 반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디움의 분석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5년 1분기까지 발표된 중국 EV 제조사 및 협력업체의 해외 투자 프로젝트는 총 1,430억 달러 규모에 달하지만, 이 중 실제 완료된 것은 약 660억 달러 수준에 그친다. 약 17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는 이미 취소되었으며, 나머지는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
BYD를 비롯한 주요 제조사들은 여전히 해외 진출 의지를 보이고 있다. BYD는 현재 태국, 브라질, 헝가리, 터키,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생산능력을 확대 중이다. 그러나 2025년 3분기 실적에서는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BYD의 2025년 매출 중 약 80%는 여전히 중국 본토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멕시코 사례는 중국 기업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멕시코는 연간 150만 대 규모의 내수 시장과 1,500만 대 이상을 미주로 수출하는 생산 거점을 갖고 있지만, 최근 수입 자동차 부품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25%의 수입차 관세가 겹치며, 중국 업체들의 현지 생산 전략은 사실상 멈춰섰다. BYD는 한때 멕시코 공장 설립을 검토했으나, 계획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제조사들은 직접 진출 대신 현지 파트너십 강화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지리자동차(Geely)는 올해 프랑스 르노(Renault)와 협력해 브라질 내 르노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체리자동차(Chery) 역시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에서 비슷한 형태의 합작을 추진 중이며, 모로코나 터키 등 자국 보호무역 장벽이 낮은 국가도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중국 전기차 산업의 글로벌 확장은 불가피한 과제지만, 각국의 보호무역 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적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진정한 자립적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단순한 공장 설립이 아닌 기술 신뢰와 품질 경쟁력 확보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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