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은 20세기부터 이산화탄소 규제가 다른 지역에 비해 강했다. 유럽연합은 운송 부문 이산화탄소(CO2) 배출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2035년 신차 CO2 제로 의무화 규정을 도입했다. 그에 관해 유럽 자동차업계와 유럽연합 정책 당국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거센 반발과 로비에 밀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당초 2026년에 예정됐던 이 규정의 검토 시점을 올해로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이 규정은 2035년부터 유럽연합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 즉 세단, SUV, 밴이 CO2를 배출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로, 사실상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와 유럽자동차공급업체협회(CLEPA)는 최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현재의 엄격한 CO2 감축 목표는 더 이상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들은 높은 제조 비용, 불안정한 충전 인프라, 그리고 특히 배터리 공급망을 중국 제조업체들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현실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ACEA와 CLEPA는 2030년과 2035년에 엄격한 자동차 및 밴 CO2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오늘날의 세계에서 더 이상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맞지만 당장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비롯해, 수소, 탈탄소 연료 등 기술 중립적인 대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규제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는 가장 큰 배경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자연 수요가 여전히 약하다는 점이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ICE)보다 비싸고 전천후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유럽연합의 규정 덕분에 저가 내연기관차 시장은 사실상 사라졌다.
다양한 투자 은행 및 컨설팅 기관들은 유럽연합의 야심 찬 목표치와 현실 간의 큰 괴리를 경고했다. 일부에서는 2030년 배출량을 2021년 기준 55%에서 40%로 낮추어야 한다고 요규하고 있다. 2035년을 2040년으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럽연합 규정은 2030년까지 시장의 약 80%가 전기차여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다수 예측기관은 2030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35%에서 57% 사이로 예상한다. 2024년 기준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약 15% 수준이다.
유럽의 가혹한 CO2 감축 규정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움직임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공중 보건 위험을 이유로 온실가스 규제를 폐지하려 했던 노력과 그 궤를 같이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EU 내에서는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주요 자동차 제조국들이 규제 완화를 지지하는 반면,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와 르노, 볼보, 테슬라 등 일부 제조사는 현행 금지령 유지를 원하고 있다.
환경 로비 단체인 T&E는 금지 조치를 해제하면 자동차 산업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규제를 유지해야 2008년 위기 이전과 같은 연간 1,680만 대 생산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규제 유지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러한 첨예한 대립 속에서 9월 12일 자동차 부문 임원들을 초청해 이와 관련해 논의했다. 현재로서는 업계의 강력한 요구의 수용 여부는 올해 안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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