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라리가 첫 번째 배터리 전기차 엘레트리카의 기술 사양을 공개하며, 전기차 시대의 난제였던 사운드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밝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수십 년간 엔진의 포효를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아온 페라리의 이번 해법은 전기차의 감성적 영역을 거부해 온 하드코어 마니아들에게는 좋은 소식인 것 같다. 하이엔드 수퍼카들은 몬스터급의 성능은 물론이고 그 성능을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운드에 대해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내연기관 엔진 사운드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고성능 차량에서 감정을 전달하고, 차량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무엇보다 RPM, 부하, 차량 상태 등 운전자에게 중요한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는 정보의 역할이 컸다.
V형 8기통 자연흡기 엔진의 사운드 얘기를 지금도 선호하는 마니아들이 많다. 대표적인 8기통 시장인 미국에서도 관련 내용이 지금도 언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주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8기통 사운드의 미세한 차이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런데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그런 사운드보다는 소음이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강조하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 일부 사용자들은 기존 내연기관차들의 사운드를 원한다며 아예 전기차를 거부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래서 BMW는 세계적인 작곡가 한스 짐머와 협력해 선별된 사운드스케이프를 적용하거나, V8 엔진음을 모방하기도 했다. 30개의 스피커로 입체감과 몰입감 넘치는 사운드는 물론 4D 오디오를 지원하는 최고 사양의 바우어 앤 윌킨스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포인트다.
페라리는 엘레트리카 테크 데이에서 이 문제에 접근한 과정을 설명했다. 파워트레인의 음향적 정체성에 대해 오랜 논쟁 끝에 진정한 것(Authentic)을 원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페라리가 영감을 받은 것은 일렉트릭 기타였다고 덧붙였다.
어쿠스틱 기타와 달리 속이 비어 있지 않은 일렉트릭 기타가 현의 진동을 픽업하여 증폭하는 것처럼, 페라리는 구동계의 실제 진동을 포착하고 증폭시키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뒤 차축에 설치된 고 정밀 가속도계 센서를 활용하여 인버터 주조의 단단한 지점에서 파워트레인의 고체 전달 진동 주파수를 포착한다. 이 센서가 포착한 모터의 '실제' 소리가 증폭되어 주변으로 투사된다는 것이다. 이 접근 방식이 모터가 생성하는 소리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소리를 증폭시켜 극도의 현실감을 구현하며, 대기 시간은 사람의 귀로 감지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페라리는 이 사운드가 기능적으로 유용한 경우에만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사운드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닌 토크 요청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피드백을 제공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일반 주행 시에는 최대한의 음향적 편안함을 위해 사운드가 없다. 그러나 운전자가 가속을 통해 파워트레인에 토크를 요청하거나, 수동 모드에서 변속 패들을 사용하면 사운드가 활성화되어 운전자와 차량 간의 대화와 연결을 제공한다.
적극적인 주행 시, 엘레트리카의 전륜 모터에 장착된 분리 장치가 차량을 후륜 구동으로 전환할 때, 운전자는 모터가 가속, 재생 또는 분리되는 소리를 통해 차량의 상태를 청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페라리는 이 모든 시스템을 사내에서 자체 개발하여 최종 음향 신호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일렉트릭 기타 접근법은 기존 내연기관의 소리를 모방하지 않고, 새로운 전기 파워트레인의 진정한 소리를 수용하고 증폭함으로써, 성능 중심 브랜드의 정신에 충실한 뛰어난 엔지니어링 작품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다만, 페라리 엘레트리카의 전체 공개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이다. 실제 사운드는 2026년 상반기 쯤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의 사운드는 그 자체로도 중요한 이슈이지만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전환되는 것이 모든 브랜드에게 간단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것을 사운드라고 여기는 소비자돌도 있지만 소음이라고 비판하는 사용자들도 있다.
한편 페라리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율 목표 40%를 20%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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