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이름을 짓기가 어렵듯이 대중에게 선보일 회사나 상품의 이름을 짓는 것은 상당한 고민을 자아낸다.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이름은 그 차제로 높은 가치의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기에 높은 비용을 들이거나 대중에게 공모하는 등 작명에 고심하지만, 의외로 별것 아닌 단순한 이유로 작명한 것이 의외의 대박을 터트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도메인을 등록하던 중 오타가 나 ‘Googol’에서 ‘Google’이 되어버린 ‘구글’의 사례나 꿈속에서 ‘승리의 여신’(NIKE)의 단어를 듣고 결정된 ‘나이키’, 덴마크어 ‘leg godt’(잘 놀다)를 조합한 ‘레고’(LEGO) 등 예상치 못한 작명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회사가 대표적인 예다.
게임 역시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특히,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부르는 게임 중에는 의외로 아주 단순한 동기나 생각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타이틀로 성장한 게임이 더러 존재한다.

[영화 대사였지만, 게임에 너무도 찰떡이었던 ‘둠’(DOOM)]
1인칭 FPS 장르의 기초를 다진 게임이자, 지금도 냉장고, 세탁기 심지어 임신테스트 기기까지 디스플레이 + 저장매체가 있으면 어디서나 설치되는 전설의 명작 ‘둠’이 대표적인 예다.
1992년 Id 소프트의 존 카맥과 존 로메로는 ‘울펜슈타인 3D’에 이어 현대 무기를 사용하여 악마와 싸우는 게임을 구상한 뒤 개발 중이었는데, 개발 도중 톰 크루즈가 출현한 영화 ‘더 컬러 오브 머니’를 보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톰 크루즈가 들고 온 당구 큐 케이스를 본 상대가 “그 안에 뭐가 있지?”라고 묻자 아주 환한 미소로 “Doom”(파멸)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 장면이 존 카맥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주었다.
'컬러 오브 머니 중 톰 크루즈의 대사'
훗날 존 카맥은 “작은 상자 안에 세상을 뒤흔드는 힘이 들어 있다는 상징이 내가 만드는 게임과 같았다”라고 회고했고, 이렇게 탄생한 ‘둠’은 전세계에 열풍을 넘어 광풍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며, 대히트를 기록했고, 게임 역사에 하나의 장르로 남게 되었다.
[악마가 아니라 산 이름에서 따온 ‘디아블로’]
블리자드의 대표작 ‘디아블로’ 매우 단순하게 지어진 타이틀이었다. 악마를 물리치러 가는 게임의 스토리덕에 악마를 의미하는 ‘디아블로’에서 따온 것 같지만, 사실은 산 이름에서 따온 것.

당시 블리자드에서 ‘디아블로’의 개발 총괄을 맡고 있던 데이비드 브레빅은 고등학교 시절 캘리포니아에 있는 ‘Mount Diablo’(디아블로 산)을 등산한 적이 있었는데, 이 산을 오르면서 디아블로 산 특유의 분위기에 상당한 감명을 받았었다.
데이비드 브레빅은 이후 게임을 개발하던 당시 이 산에서 영감을 받아 게임 타이틀에 ‘디아블로’라는 이름을 건의했고, 스페인어로 ‘Devil’을 뜻하는 ‘디아블로’(Diablo)와 같은 의미가 있는 이 단어가 게임의 타이틀로 선정됐다.

훗날 데이비드 브레빅은 “산의 이름이 가진 음산함과 힘이 게임의 분위기와 완벽히 맞았다”라고 회상했으며, 처음 아이디어는 종교적인 상징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미국 진출을 위해 변경한 이름 ‘포켓몬’(Pokémon)]
전세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영원불멸의 IP(지식재산권)이자 타이틀마다 천만 장에 가까운 판매량을 자랑하는 게임. ‘포켓몬’은 처음에는 ‘포켓 몬스터’(Pocket Monsters)로 출발했었다.
현재 포켓몬 게임 개발을 담당하는 게임프리크의 사장이자 포켓몬의 아버지로 불리는 타지리 사토시는 어린 시절 곤충 채집의 취미에서 착안하여 ‘주머니 속의 괴물’이라는 ‘포켓 몬스터’를 제안했고, 결국 게임 타이틀로 결정이 됐다.

이에 1996년 일본 시장에서 발매된 ‘포켓 몬스터’는 대성공을 거뒀고,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했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미국에는 이미 ‘Monsters in My Pocket’이라는 완구 회사가 있어 자칫 유사 상표 소송에 시달릴 수도 있었던 것.
더욱이 미국에서는 ‘몬스터’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아 타이틀에 회의적이었던 닌텐도 오브 아메리카는 이를 피하고자 ‘포켓몬스터’를 축약한 ‘포켓몬’(‘Pokémon’)으로 게임을 출시했다.
이렇게 기존 타이틀을 단축하여 출시한 ‘포켓몬’은 미국에서도 공전의 히트를 치며, 이후 글로벌 버전은 물론, 일본 내에서도 영어의 경우 ‘포켓몬’으로 표기될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쌓았고, 작은 변화로 브랜드를 확장한 좋은 사례로 남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