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비교의 순간, 자기 것을 우선 감싸는 게 이치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굽을 것이라 믿었던 팔이 오히려 바깥으로 뻗는다면, 그 심정은 어떨까요? 엔씨소프트가 RTS 신작으로 추진했던 ‘택탄’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엔씨소프트 본사가 퍼블리싱하지 않고 다른 퍼블리셔를 찾으라 주문했고, 자회사에서 퍼블리셔를 구하지 못해 택탄의 개발이 중단됐습니다. 택탄을 맡았던 엔씨소프트 자회사인 루디우스게임즈는
전체 인력의 75% 가량이 회사를 떠난 상태입니다.
모회사가 반드시 자회사 게임을 품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택탄’은 루디우스게임즈가 분사되기 전, 엔씨소프트가 직접 개발하던 작품이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전략게임 개발이나 서비스에서는 노하우를 쌓아야 할 초심자에 가깝습니다. 출시를 앞둔 자회사 작품으로 전략게임 퍼블리싱에 대한 역량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친 이번 판단은 의문스럽기만 합니다. 자사 플랫폼 퍼플에 여러 신작을 입점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입니다.
더불어 본사에서 퍼블리싱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퍼블리셔가 엔씨소프트 자회사의 게임과 계약을 맺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모회사가 직접 퍼블리싱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게임을 굳이 비용을 들여 가져와서 서비스하는 것은 실리에 맞지 않기 않기 때문이죠. 자회사 입장에서 퍼블리셔를 스스로 구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점은 엔씨소프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즉, 엔씨의 이번 행보는 ‘
자회사의 자율성 보장’이라는 원칙에는 부합될지 몰라도, 우회적으로 자회사를 압박해 게임을 정리한 행보라 해석될 수 있습니다.
현재 루디우스게임즈는 잔류 인원 약 25%로 신작을 준비 중입니다. 떠난 인력 대부분은 20~30개월 치 급여를 받고 희망퇴직을 선택했습니다. 일방적인 해고는 아니었지만, ‘외부 퍼블리셔를 찾아오라’는 지시와 그 실패만으로 자회사 규모는 크게 축소됐습니다. 따라서 이 시점에 엔씨소프트의 다른 개발 자회사의 향방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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