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통해 단순한 재미를 넘어, 시대와 사회를 성찰할 수 있는 경험을 전하고 싶습니다”
정찬영 다이빙 스튜디오 CEO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시대와 사회를 비추는 하나의 문화예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인디게임 팀 다이빙 스튜디오는 '그날의 신문'이라는 독창적인 작품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단순한 재미를 넘어 고민과 사색의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게임의 개발 과정, 팀이 가진 철학,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함께 들어보았다.

■ 깊이 뛰어들기 위한 시작
Q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다이빙 스튜디오 : 저는 다이빙 스튜디오를 설립한 정찬영이라고 합니다. 현재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지만, 학업과 병행하며 게임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 게임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다이빙 스튜디오 : 저는 고등학교도 게임 특성화 고등학교를 다니며 일찍부터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뛰어들자"는 마음으로 팀명을 ‘다이빙 스튜디오’라 지었고, 이번 프로젝트가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자를 내게 되었습니다
Q : 다이빙 스튜디오만의 개발 철학이 있다면요?
다이빙 스튜디오 : 저는 소설과 문학을 좋아해서 게임도 하나의 예술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기성세대의 인식이 부정적이지만, 게임을 문화예술로 자리 잡게 하고 싶어요. 이번에 만든 '그날의 신문'도 그런 연장선으로, 일제강점기를 단순한 이분법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입체적인 모습으로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앞으로도 이야기를 중심에 둔 내러티브 게임을 계속 만들 계획입니다.

■ 팀 구성, 그리고 팀워크의 순간
Q : 그렇다면 지금은 혼자 개발하고 있으신 건가요?
다이빙 스튜디오 : 아니요, 현재 저를 포함해 총 5명으로 팀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기획과 전체적인 관리를 맡고 있고, 프로그래머 한 명, 그래픽과 UI 담당 한 명, 원화 담당 한 명, 그리고 스토리 작가까지 총 다섯 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Q : 개발을 하면서 '팀워크가 정말 좋았다'라고 느끼셨던 순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다이빙 스튜디오 : 사실 이번 프로젝트는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시작했는데, 중간에 갈등이 생겨 프로그래머 한 명이 팀을 떠났습니다. 대신 예전에 함께했던 고등학교 친구가 합류하면서 팀 구성이 안정됐고, 올해 6월 초에 내부 정리가 마무리됐습니다. 지금은 플레이엑스포와 그 이전 데모 피드백을 반영해 게임을 다시 설계하고 있습니다.

■ 실패와 도전 끝에 찾아낸 길
Q : 게임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다이빙 스튜디오 : 무엇보다 ‘재미'인 것 같습니다. 게임은 결국 재미있기 위해 하는 거잖아요. 여러 부가적인 요소가 있더라도, 결국 플레이어가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재미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만들면서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것도 중요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Q : 이전에도 출시하신 게임이 있으신가요?
다이빙 스튜디오 : 정식 출시를 준비하는 건 이번 작품이 처음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간단한 게임들을 만들었는데, 첫 작품은 격투 게임이었어요. 캐릭터 두 개를 세워 부딪히게 하는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대회에서 상도 받았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게임 기획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후 비슷한 세계관에서 리듬 게임을 만들기도 했고요.
이후 군 복무를 포함한 2~3년 동안은 게임 개발을 쉬었지만, 다시 시작하게 된 게임은 '그날의 신문'의 전 버전인 'The public'이라는 게임입니다. 당시엔 플레이어가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머드(MUD) 게임을 구상했는데, 자료 수집이 어려워 잠시 멈췄습니다. 이후 피터팬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게임, 동물의 숲 같은 분위기의 게임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끝까지 이어가진 못했습니다. 결국 지금의 그날의 신문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죠.
Q : 이전 프로젝트들이 지금 개발 중인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다이빙 스튜디오 : 여러 시도를 거치면서 제가 어떤 게임을 만들 수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고, 동시에 팀원들이 어떤 역할을 맡고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결국 '그날의 신문'은 비주얼 노벨 장르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타협과 신념 사이에서 흔들리는 편집장의 자리, '그날의 신문'
Q : 이번에 개발 중인 '그날의 신문'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다이빙 스튜디오 : '그날의 신문'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내러티브 중심의 비주얼 노벨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신문사 편집장이 되어 취재원을 사건 현장에 파견하고,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취재원들이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기사를 작성·검열·발행하며, 발행한 신문을 통해 수익을 얻고 신문사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게임은 기존의 작품들이 주로 독립운동가나 친일파 같은 극단적인 인물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그 시대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에 주목합니다. 거대한 역사적 사건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선택지를 가졌고, 그 선택이 사회와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플레이어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입니다.
Q : 타 게임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별점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다이빙 스튜디오 : 비주얼 노벨 장르 특성상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TRPG 요소와 미니게임을 접목했습니다. 예를 들어, '발더스 게이트'처럼 주사위를 굴리는 시스템을 적용했고, 실제 일제강점기 당시 내려오던 보도 지침을 반영해 기사를 직접 검열하도록 구성했습니다. 플레이어는 취재원들이 힘들게 모은 정보를 스스로 검열하면서 저항심을 느끼고, 그 시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단순한 기사 작성에 그치지 않고 선택의 무게감을 강조했습니다. 편집장으로서 실리를 우선할지, 신념을 지킬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들었고, 그 선택에 따라 기자들의 반발이나 엔딩 전개가 달라집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기사와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를 체감하며, 단순한 스토리 소비가 아닌 능동적 서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Q : '그날의 신문'에 대표님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생각이 반영된 부분도 있을지 궁금합니다.
다이빙 스튜디오 : 저는 애국심이 특별히 강한 편도 아니고, 실제로 그 시대에 있었다면 아마 생계를 위해 유리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게임 구조도 그렇게 설계했습니다. 타협하며 살면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중립을 지키거나 완전히 항일적인 선택을 하면 클리어하기 어려운 난이도로 만든 것이죠.
결국 게임이 던지는 질문은 “당신은 고귀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입니다. 우리는 흔히 친일파를 비난하고 독립운동가를 찬양하지만, 실제 그 시대에 내가 있었다면 과연 그렇게 살 수 있었을까? 게임을 하다 보면 선택의 합의점을 찾느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고, 이는 곧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겪었을 현실적 고민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만듭니다.

Q : 게임을 개발하신면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다이빙 스튜디오 : 처음 데모를 공개했을 때는 완성도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솔직히 부끄러운 마음이 컸습니다. 플레이엑스포나 일러스트페어 같은 행사에 참여할 때도 자신감이 없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많은 분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셨어요. 특히 일제강점기 배경과 비주얼 노벨 장르라는 상업적으로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저희 게임만의 색깔과 기획의 독창성을 높이 평가해주셨습니다. 직접 플레이하고 응원해주신 분들,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았던 경험은 개발 과정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기분 좋은 순간이었습니다.

Q : 플레이어들에게 다이빙 스튜디오의 게임이 어떻게 기억에 남기를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다이빙 스튜디오 : 전 세계적으로 인디게임은 게임 속에 분명한 가치를 담아내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흐름이 이제 막 시작된 단계인 것 같아요. 저희도 크게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저희 팀은 게임 속에 어떤 가치를 담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아울러, '그날의 신문'의 스팀 페이지가 새로 공개되었으며, 내년 3월 1일 출시를 목표로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용자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 인터뷰를 마치며: 선택과 진실, 그 무게를 전하는 게임
'그날의 신문'은 단순히 과거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 아니라, 플레이어에게 선택과 고민을 던지는 체험적 작품이다. 다이빙 스튜디오는 이 게임을 통해 “당신은 그 시대에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전하며, 게임을 하나의 문화예술로 자리매김시키고자 한다. 일제강점기라는 무거운 시대를 다루면서도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서 인간의 복잡한 삶과 선택을 보여주려 했다. 다이빙 스튜디오는 “가치를 담은 게임”이라는 목표를 지켜가며, 앞으로도 사회와 문화를 성찰하게 하는 또 다른 목소리를 이어갈 것이다.
기고 : 게임 테스트 플랫폼 플리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