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에 직면하면서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유니클로, 이케아 등 다국적 브랜드들은 수익 감소와 경쟁 격화 속에서 사업의 ‘새로운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둔화와 소비 위축, 그리고 미국의 수입 관세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기업들은 브랜드 정체성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독일의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등 주요 유럽 완성차 브랜드는 중국 내 판매 감소를 공식화했다.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급성장이 외국 브랜드의 입지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BMW그룹은 올해 중국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낮게 나타났으며,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미국의 고율 관세와 중국 시장 내 경쟁 심화로 3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고 밝혔다.
스웨덴의 가구기업 이케아는 “중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생산 효율성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류 기업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은 약 900개의 중국 매장을 운영 중이지만,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반면 북미 시장 매출은 24% 증가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흐름이 뚜렷하다.
식품업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스위스의 네슬레는 중국 시장에서 유통망 구축에 과도하게 집중한 탓에 소비자 대응이 늦었다고 평가하며, “소비자 수요에 직접 대응하는 구조로 전환 중”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주류기업 페르노리카르는 중국 내 매출이 27% 감소했고, 호주의 트레저리 와인 에스테이트는 와인 브랜드 ‘펜폴즈’의 판매 부진으로 2026년 수익 전망을 철회했다.
IT와 반도체 분야에서도 경고음이 이어진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제조사 ASML은 “내년 중국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매출 감소를 ‘정상화 과정’으로 규정했다.
이 같은 변화의 근본 배경에는 ‘국산 브랜드의 급부상’이 있다. 2025년 1~8월 기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69%로 상승했다. 이는 2020년의 38%에서 30%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치다. 자동차뿐 아니라 커피, 화장품, 패션 등 거의 모든 소비재 영역에서 중국 로컬 브랜드가 빠르게 외국 기업을 대체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스타벅스와 경쟁하는 루이신커피(瑞幸咖啡), 하겐다즈를 위협하는 아이스크림·음료 체인 미쉐빙청(蜜雪氷城), 그리고 글로벌 화장품 기업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는 프로야(珀莱雅)와 찬도(自然堂)가 꼽힌다. 루이신커피의 카페라테는 약 9.9위안(1.4달러)으로, 스타벅스의 3분의 1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컨설팅사 프로스트앤설리번은 “2025년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로컬 브랜드의 점유율이 50.4%로 외국 브랜드를 처음으로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금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중국 보석 브랜드 라오푸골드(老鳳祥)는 올해 주가가 세 배 이상 상승했다. 고객의 77%가 루이비통, 에르메스, 티파니 등 글로벌 명품 소비 경험이 있는 이들로, 중국 소비자층의 브랜드 인식이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 관세 정책은 외국 기업들의 중국 내 비용 부담을 가중시켰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여전히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시장’으로 평가하면서도, 현지화 전략의 깊이를 강화하고 있다.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며, 현지 소비자의 감성에 맞는 브랜드 재구성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확산되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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