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개발자들이 의도한 것 이상의 플레이나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게임을 개발한 개발사들도 이러한 이용자들을 위한 특별한 콘텐츠나 시간을 마련해 이용자를 헌정하기도 하죠.

대표적인 사례가 '배틀필드 2042'의 트레일러에 등장한 '랑데주크(RendeZook)'입니다. 랑데주크은 'rendezvous(랑데부, 조우)'와 'bazooka(바주카)'를 합쳐 만든 단어입니다. 이용자가 전투기를 조종하다가 자신의 기체에서 탈출한 후, 바주카로 상대 전투기를 격추한 뒤 다시 전투기 조종석으로 돌아오는 말도 안 되는 플레이를 말합니다.
그야말로 배틀필드에서 고일 대로 고인 고인물들이나 가능할 수 있는 플레이로, 2011년경 'Stun_gravy'라는 이용자가 '배틀필드 3'에서 성공시킨 영상을 올리면서 배틀필드를 즐기는 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유명세를 탔습니다. 이런 플레이는 다른 FPS 게임에서는 불가능한, 배틀필드에서만 볼 수 있는 플레이로 이용자들을 사로잡았죠.
그리고 이런 '랑데주크'은 개발자들의 시선을 끌기에도 충분했습니다. '배틀필드 2042'의 개발진은 게임의 트레일러를 준비하면서 이러한 랑데주크 장면을 영화적 연출로 재현했습니다. 랑데주크 플레이를 고스란히 담아낸 트레일러는 배틀필드를 즐기는 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가 됐고, 개발사가 이용자의 플레이를 오마주하며 찬사하고 헌정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했죠.

지난 2023년 출시된 '바이오하자드 4'의 리메이크 버전 '바이오하자드 RE:4'에는 아이템 인벤토리 가방에 부착해 능력을 강화하는 장식들이 준비됐는데요. 이중 상당히 높은 등급이자 이동속도 8%가 증가하는 장식으로 '스트라이커' 장식이 준비됐습니다. 신발이나 차량 모양도 아닌 총기에 이동속도 증가가 달려 있어 다소 의아할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기존 바이오하자드 팬들은 바로 이 스트라이커가 한 이용자를 헌정하기 위해 마련된 것임을 눈치챌 수 있었죠.
'바이오하자드 4' 오리지널 버전이 출시되고 약 2년의 시간이 흐른 2007년, 해외 한 커뮤니티에 '디트맨333(Ditman333)'이라는 아이디로 한 가지 버그를 찾았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게임 내 무기인 산탄총을 활용한 버그로, 스트라이커를 조준하면서 조준을 위한 레이저 포인트가 나오기 직전에 아이템 인벤토리 창을 열고 무기를 교체하면 게임 주인공 레온의 속도가 1.5배 증가한다는 것이었죠.
디트맨이 발견한 이 버그는 '디트맨 글리치'나 '스트라이커 버그' 등으로 유명세를 탔습니다. 게다가 디트맨 글리치는 다른 글리치를 발견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줘, 스피드런을 즐기는 이용자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각광을 받았습니다. 게임은 출시된 지 2년이나 지났음에도 다시 한번 큰 사랑을 받았고요. 리메이크 버전의 개발진은 버그는 없앴지만, 게임에 큰 영향을 준 디트맨을 위해 장식을 준비한 것이죠.

서비스 종료를 앞둔 온라인 게임이 한 명의 이용자를 위해 조금 더 서비스를 이어가며 그의 플레이를 응원한 사례도 있습니다. 바로 2018년 8월 6일을 끝으로 서비스를 종료한 룬스케이프 클래식의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룬스케이프의 다른 버전은 여전히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을 정도로 장수 온라인 게임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룬스케이프 클래식의 서비스 종료 소식이 알려지자, 'Titus_Furius'라는 이용자는 게임이 종료하기 전에 게임을 마무리하고 싶어서 특별한 퀘스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퀘스트는 쉽게 끝낼 수 없었고, 이대로라면 서버가 종료되는 시점에는 도저히 퀘스트를 완료할 수 없었죠.
하지만 서비스 종료 시점이 지났음에도 서비스가 종료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던 그의 방송을 본 운영진이 그의 도전을 응원하며 서비스 종료를 미뤘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입니다. 덕분에 그는 퀘스트를 더 진행할 수 있게 됐고, 그의 도전이 마무리되면서 룬스케이프 클래식도 함께 마무리됐죠. 당시 함께 그의 도전을 보고 있던 팬들은 감정을 공유하며 게임을 보내줬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용자가 만든 창작물을 높게 평가해 게임사가 이를 정식으로 확보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에 등장하는 캐릭터 '도로시'의 2차 창작 캐릭터 '도로롱'입니다.
'도로롱'은 원래 소울워커에 등장하는 작은 소녀 캐릭터 '스텔라 유니벨'을 강아지처럼 만든 팬아트인 일명 '뜌따콘'에서 유래했습니다. '뜌따콘'의 기괴하면서도 뭔가 귀여운 듯한 이미지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얻었고, 이는 '니케'와 같은 서브컬처 게임으로도 확장됐죠.
특히 도로롱 캐릭터가 니케를 대표하는 비공식 마스코트 수준으로 인기가 높아지자, 시프트업은 2024년 만우절에 시프티와 슈엔을 도로롱 스타일로 만든 일러스트를 공지에 활용하기도 했는데요. 이후 원작자와의 저작권 협상을 통해 권리를 확보했으며, 이를 토대로 상표 출원 절차까지 밟았죠. 팬들의 창작물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