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최근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과열 우려를 배경으로 대형 ‘AI 대장주’에서 발을 빼고, 2·3차 수혜주로의 무게중심 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1990년대 말 닷컴버블 당시 헤지펀드들이 최고가 치솟은 인터넷주를 일찍 정리하고, 그다음 묘미가 있는 업종으로 옮겨 수익을 낸 전략이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미국 증시에서 NVIDIA(엔비디아) 등 AI 컴퓨팅 투자 선두 기업들은 ‘매그니피선트7(Mag 7)’ 급 주가 상승세를 주도하며 시장 전체의 기대치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같은 시장을 놓고 수백조 원이 한꺼번에 경쟁하는 상태에서 리스크는 매우 높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인식은 투자 전략에도 반영되고 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Amundi)의 이탈리아 CIO 프란체스코 산드리니는 “우리는 1998~2000년 전략을 다시 쓰고 있다”며, “아직 주목받지 않은 성장 기회로 옮기고 있다”고 밝혔다. 즉, ‘버블 붐’을 피하면서도 AI 흐름에서 완전히 이탈하지 않고, 차세대 수혜군으로 이어질 산업군을 선취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자금 이동은 기존의 AI칩·클라우드 중심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아시아계 기술주 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인다. 산드리니 CIO는 “누군가 금맥을 찾으면 우리는 그 금광 옆 상점에 투자한다(When someone strikes gold, buy the local hardware store)”며, 닷컴 시절의 ‘차선 전략’을 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전략 이면에는 명확한 리스크 요인도 존재한다. 예일경영대학원(Yale SOM)은 최근 보고서에서 “AI 붐은 기업 간 과도한 지분 맞교환, 비생산적 인프라 투자, 경쟁 과열 등으로 버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AI 데이터센터 건설 투자액은 폭증했지만, 단기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이 같은 ‘닷컴 플레이북’은 주목받고 있다. 고평가된 일부 AI 대장주 대신, 반도체 장비·산업용 로봇·전력반도체 등 실질적 수요 기반 기업에 투자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단기 차익보다 중장기 실적 성장에 무게를 두는 자금 운용 트렌드로, AI 버블의 연착륙을 위한 자율 조정 국면으로 해석된다.
글 / 한만수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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