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이 발표한 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열 안정성을 기반으로 전기차 산업의 기술 한계를 넘어설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낮은 자기 방전율과 긴 수명 등 강점을 갖지만, 액체 전해질의 가연성과 열폭주 가능성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안정성을 높이고, 리튬금속 음극을 적용함으로써 에너지 밀도를 셀 기준 최대 500Wh/kg 수준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이점은 충전 속도 향상과 화재 위험 감소로 이어져 전기차 시장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 완성도는 아직 상용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시제품은 충·방전 1,000회 미만의 수명만 확보되어 있으며, 생산 단가도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3~5배 높다. 제조 과정에서의 불량률, 공정 효율화, 양산성 확보가 향후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은 전고체 기술이 갖는 산업적 파급력에 주목하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고출력·고안정성 전고체 셀을 개발하는 국가 R&D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배터리를 ‘자동차 산업의 일부’가 아닌 독립된 국가전략기술로 격상해, 2030년까지 민관 투자 확대와 마더팩토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도요타, 파나소닉, NEDO를 중심으로 ‘Solid-NEXT’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전고체 배터리의 소재부터 재활용까지 전주기 실증 연구를 진행 중이다. 중국 역시 중앙정부의 산업 육성책에 따라 전고체 배터리 기술 표준화와 실증 사업을 병행하며, 정책·자본·기술이 결합된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업계의 로드맵에 따르면, 2027~2028년 사이 소형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으며, 자동차 적용은 2030년 이후로 예상된다. 완성차 기업이 기술 검증에 2~3년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초기에는 소형 전자기기 중심의 도입이 예상된다.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는 전기차 시장을 넘어 모빌리티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전기 항공기, 산업용 차량, 드론 등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로는 한계가 있던 분야까지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KATECH 보고서는 “전고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 면에서 전기차뿐 아니라 차세대 모빌리티의 핵심 전원으로 자리잡을 잠재력이 있다”며 “규모의 경제 확보와 제조 기술 혁신이 상용화 시점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고 분석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