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예술과 문화를 함께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아트캉스(Art+Vacance)’와 ‘아트스테이(Art Stay)’로 불리는 이 흐름은 고객이 휴식을 취하며 자연스럽게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돼, 최근 여행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주요 호텔들은 투숙객뿐 아니라 일반 방문객도 참여할 수 있는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잇따라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서울드래곤시티, 고흐를 손끝으로 느끼는 ‘베스트 컬렉션’

서울 용산구의 복합호텔 서울드래곤시티는 연말까지 ‘이비스 스타일’ 로비에서 ‘빈센트 반 고흐 베스트 컬렉션’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고흐의 대표작 8점을 3D 프린팅 기술로 재현한 것으로, 붓터치의 질감과 색감을 세밀하게 구현해 관람객이 직접 작품의 입체감을 느낄 수 있다.

서울드래곤시티 이비스 스타일 로비 ‘반 고흐 베스트 컬렉션’ 전시

전시에는 ‘별이 빛나는 밤에’, ‘해바라기’, ‘까마귀가 있는 밀밭’ 등 고흐의 명작이 포함됐다. 아트테크 기업 ‘시뮬라크’의 3D UV 입체 프린팅 특허 기술을 통해 원작의 섬세한 질감을 완벽하게 복원했으며, 관람객들은 눈뿐 아니라 손끝으로 작품을 만져보며 새로운 감각의 예술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전문 큐레이터가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상주해 작품 해설과 안내를 제공하며, 투숙객뿐 아니라 일반 방문객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서울드래곤시티 관계자는 “호텔이 예술과 문화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며 “일상 속 예술 향유의 기회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JW 메리어트 제주, 층별 예술 탐험 ‘아트 클라이밍’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스파는 호텔 전역을 하나의 미술관으로 만든 ‘아트 클라이밍’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로비, 레스토랑, 복도 등 곳곳에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 50여 점을 전시해 투숙객은 공간 속에서 예술을 ‘등반하듯’ 감상하게 된다.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액티비티 ‘아트 클라이밍’ 프로그램

‘아트 클라이밍’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되며, 참가자들은 층별로 이동하며 작품을 감상한다. ‘Re-Connect(자연과 문화, 사람의 연결)’을 콘셉트로 구성된 투어에서는 예술과 공간의 조화를 직접 느낄 수 있다.

전시작으로는 우고 론디노네의 ‘제주산’,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유령’, 요시토모 나라의 ‘미스 마가렛 스케이트보드’ 등이 대표적이다. 참여자들은 제주 자연의 감성과 예술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호텔의 정체성을 경험할 수 있다.

콘래드 서울, 로모그래피와 함께하는 ‘아날로그 감성 여행’

콘래드 서울은 글로벌 아날로그 사진 브랜드 로모그래피(Lomography)와 협업해 ‘The Art of Analogue Discovery(아날로그 발견의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콘래드 브랜드의 시그니처 큐레이션 플랫폼인 ‘콘래드 큐레이츠(Conrad Curates)’의 일환으로,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체험형 예술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콘래드 서울X로모그래피 ‘The Art of Analogue Discovery’ 프로그램

이 패키지는 로모그래피의 즉석카메라 ‘로모 인스턴트 오토맷 글래스 마젤란’과 ‘로모어파랏’, 필름·렌즈 세트가 포함된 ‘로모 포토 스위트’, 로컬 사진작가 김민석이 이끄는 ‘로모워크 포토그래피 마스터클래스’, 필름 현상 체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참가자들은 아날로그 감성을 오롯이 느끼며 자신만의 시선을 기록하는 특별한 숙박 경험을 즐길 수 있다.

목시 서울 인사동, 거리 예술과 호텔의 만남

목시서울인사동 메리어트 호텔은 도심의 거리 예술을 호텔 안으로 끌어들였다. 국내 그래피티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호텔 곳곳에 생동감 넘치는 벽화와 페인팅을 설치하고, ‘K-스트리트 아트 콜라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목시 서울 인사동, K-스트리트 아트 콜라보 프로젝트

16층 루프탑 바 ‘바목시’에서는 DJ 파티와 청음회가 열리고, 1층에서는 패션쇼와 K-POP 댄스 버스킹 공연이 펼쳐진다. 이외에도 다채로운 포토존과 즉석 이벤트가 마련돼 SNS상 ‘핫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아트캉스’의 확산, 호텔의 새로운 문화 경쟁력

이처럼 호텔업계는 예술과 숙박의 경계를 허물며 ‘머무는 경험’을 예술적 체험으로 확장하고 있다. 단순한 숙박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고, 여행객에게 ‘감성적 휴식’과 ‘문화적 영감’을 동시에 선사한다는 점에서 아트스테이는 향후 호텔 산업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호텔이 곧 미술관이 되는 시대, 예술을 가까이 두고 휴식을 즐기는 ‘아트캉스’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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