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모터스(GM)가 운전자가 도로에서 ‘눈을 떼고’ 주행할 수 있는 레벨3(Level 3) 자율주행 기술을 2028년부터 본격 상용화한다. 첫 적용 대상은 캐딜락의 전기 SUV ‘에스컬레이드 IQ’이며, 이후 쉐보레·뷰익·GMC 등으로 기술이 확산될 전망이다. GM은 이번 기술을 통해 완전 자율주행으로 향하는 과도기적 단계를 본격화하지만, 기술적 진보만큼이나 법적·윤리적 과제가 남아 있다.
눈과 손을 동시에 놓는 운전, 그러나 완전 자율은 아직
GM의 새 시스템은 기존 ‘슈퍼 크루즈(Super Cruise)’의 한계를 넘는 기술이다. 슈퍼 크루즈가 운전자의 손을 핸들에서 떼는 ‘핸즈 오프(Hands-off)’ 단계였다면, 새 시스템은 시선까지 도로에서 뗄 수 있는 ‘아이즈 오프(Eyes-off)’ 수준으로 진화했다. 특정 고속도로 구간에서 차량이 조향, 가속, 제동을 스스로 수행하며, 운전자는 차량의 제어 요청이 없는 한 화면을 보거나 영상을 시청할 수도 있다. GM은 이를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에 먼저 적용한 뒤, 다른 브랜드의 고급 모델로 확장할 계획이다.
기술보다 빠른 시대, 뒤처진 법의 영역
그러나 이 편리함 뒤에는 명확하지 않은 책임의 문제가 있다. 레벨3 자율주행은 시스템이 대부분의 주행을 담당하지만, 운전자가 즉시 개입할 수 있는 ‘감시자’ 역할을 유지해야 한다. 즉, 차량이 제어권 인계를 요청했을 때 운전자가 반응하지 못하면 사고 책임이 운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제조사가 시스템 결함으로 인한 사고에 얼마나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다.
미국 내에서도 레벨3 자율주행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한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험사, 규제 기관, 자동차 제조사 간의 책임 분담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용화가 이루어질 경우, 향후 소송과 제도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yes-off’ 시대의 역설, 운전자의 주의력은 여전히 필요
GM의 새 기술은 ‘완전 자율주행’으로 가는 중간 단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운전자의 주의를 흐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운전자가 ‘시선을 떼도 된다’는 개념을 오해해, 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분 자율주행 단계에서도 운전자의 방심으로 인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GM은 이 기술을 통해 미래형 운전 경험을 구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술 도입과 함께 운전자 교육 및 법적 장치 마련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편의’보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GM의 레벨3 프로젝트는 자동차 산업의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완전 자율주행으로 향하는 흐름은 되돌릴 수 없으며, 그 중심에는 책임과 신뢰의 재정립이 있다.
운전자가 시선을 도로에서 떼는 순간, 차량과 제조사,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새로운 책임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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