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리더십을 재확인한 머스크, 그는 6일(현지시간)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승인 받았으며 이날 연설에서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를 넘어 AI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 연례 주주총회 라이브 스트리밍 캡처)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테슬라가 6일(현지 시간) 열린 주주총회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에게 최대 1조 달러(약 1400조 원) 규모의 주식 보상 패키지를 승인했다.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경영진 보상안이다. 이사회와 주주들은 머스크의 장기 리더십이 회사의 미래 성장에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반대로 주주의 의결권 희석과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머스크는 테슬라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테슬라의 전략적 방향성, 투자 우선순위, 조직 운영, 브랜드 메시지까지 사실상 머스크 개인 의사와 판단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가 더욱 굳어졌다. 특히 이사회 구성과 승인 권한이 머스크에게 더 유리하게 재편되면서 내부 견제 장치가 약화될 우려도 제기됐다.
미래 기술 중심으로 자금과 자원, 인력 재배치
문제는 최근 머스크의 경영 행보가 테슬라의 핵심 사업인 전기차 제조보다 자율주행·AI·휴머노이드 로봇 등 미래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머스크는 완전 자율주행(FSD), 로봇택시 플랫폼,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를 테슬라의 차세대 성장 축으로 제시해왔다. 이번 보상 승인으로 해당 사업에 대한 자원과 인력이 더욱 집중될 전망이다.
따라서 대중형 전기차 라인업 개발, 품질 개선, 생산효율 최적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 역량 강화 과제는 우선순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는 현대차·기아, BYD 등과의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직 문화와 인재 유출 위험성도 변수다. 테슬라 내부에서는 이미 핵심 엔지니어와 개발자 중 일부가 머스크 중심의 경영 방식과 최근의 사회적 발언으로 인한 오너 리스크를 이유로 이탈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테슬라의 기술 경쟁력은 인재 유지와 혁신 역량이 뒷받침될 때 가능한데 이번 결정이 내부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직 안정성과 기술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다만 머스크의 영향력 확대가 곧바로 부정적인 결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율주행과 로봇 분야에서 기술적 성과가 실증되고 상용화가 가속화될 경우, 테슬라는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모빌리티·AI 플랫폼 회사로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로봇택시 플랫폼이 현실화될 경우 수익 구조는 차량 판매 중심에서 구독·운행 수익 기반 모델로 전환될 수 있으며 이는 기업가치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머스크는 테슬라가 향후 어떤 기업으로 변화할 것인지를 직접 설명하며 장기 전략의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 그는 테슬라가 앞으로 전기차 제조사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완전 자율주행(FSD), 로봇택시 플랫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그리고 차량을 데이터 처리 노드로 활용하는 분산형 AI 시스템 등 차량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컴퓨팅 생태계를 핵심 사업으로 제시했다.
자체칩 개발, 머스크가 밝힌 테슬라 미래
머스크는 자율주행 및 AI 연산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자체 반도체 생산 시설(칩 팹) 건설 가능성도 언급했다. 테슬라가 AI 칩을 외부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확보할 경우, 완전 자율주행 알고리즘과 로봇 제어 기술 고도화에 있어 독립성이 크게 강화된다. 이날 발표에서는 한국의 삼성전자도 여러차례 언급됐다. AI 및 로봇 중심의 사업 전환을 위해 필수적인 인프라 확충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테슬라 차량이 주행하지 않는 시간에도 AI 연산을 수행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테슬라가 판매한 수백만 대의 차량을 하나의 분산형 슈퍼컴퓨터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모델이 구현되면 차량은 단순한 이동 수단(SUV, 세단)에서 벗어나 데이터·지능·수익을 생산하는 컴퓨팅 자산으로 재정의된다.
머스크는 여기에 더해 로봇택시 사업과 옵티머스 프로젝트를 회사 성장의 핵심 축으로 다시 언급했다. 로봇택시가 상용화되면 테슬라의 수익 구조는 지금과 같은 ‘차량 판매 중심’에서 운행 기반 수익·구독형 서비스 비즈니스로 전환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제조·물류·케어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영역에 적용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머스크는 이를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확장 기회”라고 표현했다.
AI와 로봇 기술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기업
테슬라를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AI와 로봇 기술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는 의지를 분며이 밝힌 셈이다. 다만 이 전략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의 안전성 검증, 규제 환경 변화, 생산 투자 비용 부담, 기술 인력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머스크의 리더십 강화가 테슬라의 방향 전환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 또한 확대되는 구조가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더욱 선명해졌다는 평가다.
결국 이번 주주총회 결과는 머스크 개인의 비전과 리더십이 테슬라의 가장 큰 성장 배경이었던 만큼 이제는 그 리더십이 테슬라의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는 구조 또한 동시에 강화된 셈이 됐다. 테슬라의 향후 행보는 머스크가 제시한 ‘미래’가 실제 성과로 입증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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