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가 자사의 대표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F-150 Lightning) 생산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포드 일부 임원진이 F-150 라이트닝의 판매 부진과 누적 손실, 정책 변화 등을 이유로 단종 가능성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목표 15만 대 → 실제 판매 3만 대… 예상과 다른 시장 반응
F-150 라이트닝은 한때 연간 15만 대 판매를 목표로 삼았으나, 2024년 실제 판매량은 3만 3천 대에 그쳤다. 포드는 초기 생산비 손실이 누적된 데다, 세액 공제 종료 이후 10월 전기차 판매가 24% 급감하면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됐다.
포드 관계자는 “라이트닝은 여전히 미국 내 가장 많이 팔린 전기 픽업트럭이며, 올해 3분기에는 분기 기준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는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F-150 생산을 우선하며, 전용 공장인 루즈 전기차 공장(REVC) 가동 재개 시점을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변화가 불러온 수익성 악화
이번 논의의 배경에는 미국 내 자동차 규제 변화가 있다. 이전 연방 연비 규제 체계에서는 제조사가 전체 판매 평균 연비를 충족해야 했기 때문에, F-150과 같은 고연비 모델을 많이 판매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비중을 늘려야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규제를 완화하고, 중국산 원자재와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기차 판매가 의무사항이 아니게 된 데다, 생산비용까지 상승하자 적자를 감수하며 라이트닝을 유지할 명분이 줄었다는 것이다. 한 딜러는 “소비자들이 전기 F-150을 원하지 않아 주문조차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포드, 2027년 ‘보급형 전기 트럭’으로 전략 재편
포드는 장기적으로 전기 픽업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다. 현재 회사는 ‘유니버설 EV 플랫폼(Universal EV Platform)’ 기반의 차세대 3만 달러대 보급형 전기 트럭을 2027년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 플랫폼은 기존 라이트닝 대비 부품 수를 대폭 줄이고 조립 공정을 단순화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짐 팔리(Jim Farley) 포드 CEO는 “새로운 전기 트럭은 향후 2~3년 내 미국과 해외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들과 직접 경쟁할 포드의 핵심 무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트닝의 상징성과 남은 과제
F-150 라이트닝은 포드가 디트로이트 3사 중 가장 먼저 내놓은 본격 전기 픽업으로, 테슬라 사이버트럭·GM 실버라도 EV·리비안 R1T와 함께 ‘전기 픽업 르네상스’의 상징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고가의 배터리, 제한된 주행거리, 소비자 수요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시장 확산에 제동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트닝은 여전히 미국 내 전기 픽업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포드는 향후 수익성과 시장 상황을 고려해 REVC 재가동 시점을 조율할 방침이다.
포드가 단기 손실을 감수하며 전기 트럭 시장 경험을 이어갈지, 아니면 완전히 새 플랫폼으로 리셋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번 논의는 전동화 전략의 냉정한 현실 점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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