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과 몰입, 그리고 플레이의 재미가 만나는 지점, 우리는 거기에 게임을 놓습니다.”
홍미남 플레이메피스토왈츠 CEO
1인 개발로 출발해 8인 팀으로 성장한 플레이메피스토왈츠는 “상상, 몰입, 플레이의 재미”라는 세 축을 붙들고 계속해서 게임의 형태를 탐구해 왔다. 도쿄게임쇼 선정을 계기로 현장성을 확인했고,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전투 감각과 모드를 확장하며 작품을 다듬었다. 액션의 속도와 전략적 판정 사이에서, 이들이 내세운 답은 슬레이어의 명료한 룰과 움직임이다. “살고 싶다면, 끊임없이 전략적으로 움직여라” 한 줄의 슬로건에 이 팀의 취향과 철학이 응축되어 있다.
■ 시작의 무대, 도쿄게임쇼에서 태어난 이름
Q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플레이메피스토왈츠 : 안녕하세요 플레이메피스토왈츠 대표 홍미남입니다.
Q : 게임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플레이메피스토왈츠 : 처음에는 사업적인 계획보다 학교 프로젝트로 시작했습니다. 팀을 꾸려 도쿄게임쇼 인디 부문 출품을 목표로 했는데, 운 좋게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죠. 그 경험이 계기가 되어 1인 개발자로서의 길을 결심했고, 이후 사업자 등록을 하며 지금의 기반이 만들어졌습니다.
Q : 회사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플레이메피스토왈츠 : ‘메피스토’는 파우스트의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뜻하지만, 인간을 구원하는 존재로도 그려집니다. 저희는 게임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어요. 또 당시 읽고 있던 소설 꿀벌과 천둥에 등장하는 인물 중 ‘메피스토왈츠’를 연주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고, 자연스럽게 이름이 결정됐습니다. ‘플레이’는 제가 가장 존경하는 림보와 인사이드를 만든 개발사인 플레이데드에서 따왔어요. 우리가 추구하는 철학은 상상, 몰입, 그리고 플레이의 재미.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 팀워크로 완성된 하나의 게임
Q : 현재도 1인 개발로 이어오고 계신가요?
플레이메피스토왈츠 : 아니요, 이제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지금은 8인 팀으로 구성되어 있고, 프로그래머 4명과 아트 4명이 각각 독립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머 한 명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전담해 A부터 Z까지 직접 경험하도록 운영하고 있어요. 이런 구조 덕분에 팀워크와 창의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Q : 설립 초기 어려웠던 점이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플레이메피스토왈츠 : 처음에는 1인 개발로 시작했기 때문에 환경적인 어려움은 크지 않았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기술적인 측면이었어요. 당시에는 아직 숙련되지 않은 단계라 시행착오가 많았죠. 하지만 그만큼 보람을 느낀 순간도 있었습니다. 공모전에 선정되거나, 출품한 작품이 뽑힐 때마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도쿄게임쇼에 선정되어 인디 게임 개발자로서 첫 발을 내디뎠을 때입니다.사실 처음 도전했을 때는 두 번이나 탈락했지만, 3년 뒤 다시 도전해 결국 선정되었죠. 그때 “이제는 정말 한 단계 올라섰구나”라는 실감이 들면서, 다시 도쿄게임쇼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그 순간이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습니다.
Q : 개발 과정에서 '팀워크가 정말 좋았다' 라고 떠오르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플레이메피스토왈츠 :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건 '슬레이어' 게임을 개발할 때인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제가 1인 개발 시절에 만들었던 게임인데, 이후 팀원을 모집하면서 현재 팀장님이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개발보다는 총괄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놀라운 점은 제가 요청하지 않은 부분까지도 팀장님이 그 게임에 어울리는 시스템이나 디자인을 먼저 만들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아, 팀이 정말 잘 돌아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습니다.
■ 닌텐도가 만든 소울라이크? '슬레이어'의 탄생
Q : '슬레이어' 이전에 출시했던 게임 중에 소개하고 싶은 게임이 있으신가요?
플레이메피스토왈츠 : '10년의 작은 존재들'이라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제가 1인 개발 시절에 만들었던 작품입니다. 이 게임으로 그라비티와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면서, 제 개발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했죠. 그때 ‘이제 1인으로 할 수 있는 건 히트작을 내는 것 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시점을 기점으로 팀원을 모집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팀이 구성되었습니다. 이 게임은 지금도 초기 버전이 스토어에 올라가있고, 정식 출시를 위한 버전은 여전히 QA를 진행 중입니다.
Q : '슬레이어'의 개발 방향이나 콘셉트를 정할 때, 특별히 영감 받았던 점이나 계기가 있을까요?
플레이메피스토왈츠 : 그 계기는 아마 소울라이크 장르가 막 태동하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 문득 ‘닌텐도가 만약 소울라이크 게임을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조작은 쉽지만, 플레이의 명확성과 몰입감을 동시에 갖춘 게임을 만들고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의 '슬레이어'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Q : '슬레이어 : 더 데몬 헌티드 월드'에 대한 자세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플레이메피스토왈츠 : 네, '슬레이어'는 액션 RPG 장르로 플레이 방식은 기본적으로 그리드 망 위에서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구조입니다. 플레이어는 정면으로만 공격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으며, 스태미너 시스템이 함께 작동해 끊임없이 움직이며 전략적으로 전투해야 합니다. 이것이 저희가 말하는 기본 스탠다드 모드예요.
그런데 몇 년간 이용자 피드백을 받아오다 보니, ‘정면 공격만 가능한 구조가 다소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메타 버전을 스팀에 공개했을 때도 그런 반응이 있었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세 가지 모드로 나누어 개발했습니다. 첫 번째는 액션성을 강화한 캐주얼 모드, 두 번째는 기존의 방향성을 유지한 스탠다드 모드, 마지막은 더 극한의 도전을 즐길 수 있는 지옥 모드입니다. 정식 버전에서는 이 세 가지 모드를 모두 선택해 즐기실 수 있고, 현재도 플레이하실 수 있습니다. 사실 처음엔 저희가 추구하던 방향만 고수하려 했지만, 이용자 피드백을 받아 반영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그 변화를 과감히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Q : '슬레이어'를 타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차별화된 재미 요소가 있을까요?
플레이메피스토왈츠 : 저희 게임은 한 칸씩 이동하는 구조이지만, 턴제가 아닌 실시간 전투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정 범위 안으로 들어가면 몬스터가 반응해 다가오고, 플레이어는 공격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격은 정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정면이 아닌 위치에서는 이동을 통해 다시 방향을 조정해야 합니다. 이런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위치와 타이밍을 계산하며 전략적으로 움직여야합니다.
그래서 저희 '슬레이어'의 슬로건은 바로 “살고 싶다면, 끊임없이 전략적으로 움직여라” 입니다. 이 문장이 게임의 핵심 재미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단순한 전투 외에도 액션 게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킬 트리, 능력치 세팅, 패링 시스템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짧은 전투 속에서도 충분한 깊이와 완성도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 플레이어와 함께 성장하는 플레이메피스토왈츠
Q : 대표님께서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시는 편인 것 같은데 행사장에서 만났던 분들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방문객이 있으실까요?
플레이메피스토왈츠 : 몇 년째 꾸준히 부스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분들을 만나면 정말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특히 오랫동안 저희 게임을 즐겨주시면서 ‘정말 재미있다’고 직접 말씀해 주실 때는 큰 힘이 돼요.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텀블벅 펀딩 때마다 늘 같은 금액으로 후원해 주시는 분이 계시다는 점입니다. 그분은 제가 처음 만들었던 '10년의 작은 존재들'때부터 꾸준히 응원해 주셨던 분이에요. 그런데 작년 플레이엑스포 때 실제로 부스를 찾아와 주셔서, 직접 만나 사진도 찍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어요. 그 순간 ‘우리가 게임을 잘 만들어 간다면, 이렇게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때의 만남을 하나의 약속처럼 기억하고 있습니다.
Q :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어나가고 싶으신지, 혹은 회사의 비전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플레이메피스토왈츠 : 저희 팀은 인디 게임 산업과 주니어 개발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팀원 각자가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있고, 그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든 팀원이 스스로 기획하고 결정하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 팀에는 정식 기획자가 따로 없습니다. 모두가 기획자이자 개발자이며, 각자의 아이디어가 게임 속에 살아 숨 쉬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가 만든 '10년의 작은 존재들'의 영문 제목은 'Little God'입니다. 현재는 이 ‘리틀 갓’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확장해가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각 작품이 하나의 작은 우주로 이어지고, 그 안에서 플레이어가 ‘작은 신’으로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우리만의 색깔로 천천히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Q : 지금도 진행 중이신거죠?
플레이메피스토왈츠 : 네, 여러 작품을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각 게임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동시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로 설계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슬레이어'와 플레이어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멀티플레이 게임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조금 더 큰 그림으로는 밴디 앤 더 다크 리바이벌 같은 느낌까지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고요 현재는 '고대의 메아리'와 '작은 신들'이라는 두 가지 게임을 동시에 개발 중입니다. 액션 RPG, 파밍, 공작 요소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 플레이어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습니다.
Q : 앞으로 플레이메피스토왈츠의 게임이 어떻게 기억에 남기를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플레이메피스토왈츠 : 제가 게임이나 영화 같은 콘텐츠를 진짜 ‘재미있다’고 느낄 때는, 그 콘텐츠가 저 스스로 상상하게 만들 때입니다. 예를 들어 '낭만닥터 김사부'를 보다가 "여기에 외상센터 의사가 등장하면 어떨까?"와 같은 상상을 하게 되면, 이미 그 이야기에 깊이 빠져든 거죠.
저희가 만드는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플레이어가 단순히 주어진 스토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직접 상상하고 세계관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그게 저희가 지향하는 방향이에요.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한 작품이 끝나도 플레이어의 머릿속에서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 그런 식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게임이 되길 바랍니다.
또한 자사가 운영하고 있는 '미나미'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용자들과의 소통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개발 중인 게임의 트레일러뿐 아니라 각종 게임 행사 현장 후기와 비하인드 영상을 공개하며, 단순히 ‘개발사’가 아닌 플레이어와 함께 성장하는 팀으로 다가가고자 합니다. 이처럼 플레이메피스토왈츠는 게임 그 자체뿐만 아니라, 게임을 둘러싼 경험 전체를 공유하는 개발사로 자리 잡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를 마치며: 더 큰 세계관을 꿈꾸는 플레이메피스토왈츠의 도전
플레이메피스토왈츠의 작업은 언제나 ‘플레이어가 상상할 여지’를 남겨 둔다. 한 작품이 끝난 뒤에도 머릿속에서 이어지는 세계. 그 연속성을 위해 팀은 역할을 나누되, 모두가 기획자가 되는 방식으로 제작의 밀도를 높여 왔다. 과감한 실험과 이용자와의 호흡, 그리고 누적되는 현장 경험이 다음 빌드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 것이다. “잘 놀았다”는 한마디가 남는 액션, 그리고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전략의 맛, 그 지점을 향해 이들의 개발은 계속된다.
기고 : 게임 테스트 플랫폼 플리더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