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일어나는 피곤함을 잊게 만드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정저우 외곽, 총면적 21만 4,993㎡(약 6만 5천 평) 규모의 BYD 전지형 서킷 입구에 양왕 U9가 시저도어를 활짝 열고 서 있었다. 페라리보다 빠른 BYD의 플래그십 슈퍼카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기 위한 하루가 시작됐다.
U9의 문을 열 때는 버튼 한 번이면 충분하다. 람보르기니 스타일의 시저도어가 위로 솟아오르고, 닫을 때는 가볍게 탭만 하면 자동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타고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좁은 실내 공간은 슈퍼카의 숙명이지만, 일단 착석하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레이싱 시뮬레이터로 트랙 주행 연습을 마치고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다. 총 1,758m 길이의 서킷 주행 체험 구간에는 9개의 커브와 550m 직선 구간이 배치돼 있다. 프로 드라이버가 동승한 U9는 빗속에서도 거침없이 달렸다.
출발과 동시에 느껴지는 가속감은 롤러코스터를 능가했다. 좌석은 양쪽에서 몸을 감싸 쥐고, 안전벨트는 코너를 돌 때마다 클램프처럼 조여들었다. 차량이 코너를 돌 때마다 G포스가 몸을 짓누른다. 직선 구간에서 속도계는 시속 200km를 가리켰다. 두 번째 랩은 더 빨랐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온 몸이 앞으로 쏠리는 감각을 느끼게 되지만, 압도적인 제동성능에 오히려 안심하게 된다.
차에서 내린 후에도 한동안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차량의 성능을 100% 끌어낼 수 없었던 점이 더 놀라웠다. 일반도로에서는 어떤 감각을 보여줄 지 더 궁금해 졌다.
U8로 이동해 실내 모래 경사로 구역으로 향했다. 높이 29.6m, 경사도 28°의 이 시설은 차량 테스트용 모래 언덕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중국 내몽골 알샤 사막의 모래 입자 구성을 재현하기 위해 6,200톤의 모래를 투입했다.
가파른 경사를 바라보며 망설였지만, U8은 거침없이 올라갔다. 사륜구동 시스템이 바퀴마다 독립적으로 토크를 배분하며 모래 위에서도 안정적인 접지력을 유지했다. 경사도가 60도는 족히 넘어 보이는 구간에서도 차는 흔들림 없이 정상까지 도달했다. 내려가는 움직임 역시 매끄러웠다. 서스펜션이 바운스를 완벽하게 제어하며 안정적으로 내려왔다.
카메라는 이 경사가 얼마나 가파른지 제대로 담지 못했다.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다음은 오프로드 구역이다. 초급, 중급, 고급 등 총 27가지 오프로드 시나리오가 준비돼 있다. U8에는 양쪽에 카메라가 장착돼 있어 실시간으로 차량 주변 상황을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울퉁불퉁한 바위 구간을 지나는데 차 안에서는 그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서스펜션이 모든 진동을 흡수했다. 중급 코스에 접어들자 상황이 달라졌다. 차체가 한쪽으로 크게 기울고, 바퀴 하나가 공중에 뜨는 구간이 나타났다. 하지만 U8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고급 코스에서는 버튼 하나만 클릭하면 차가 알아서 장애물을 통과한다.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차량의 지능형 시스템이 각도를 계산하고 최적의 경로를 찾아 진행한다. 롤러코스터처럼 차체가 좌우로 흔들렸지만, 시스템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제어했다.
가장 인상적인 구간은 수상 부유 체험이었다. 최대 수심 1.8m, 길이 70m의 수조가 마련돼 있다. U8은 e4 플랫폼 기반의 비상 플로팅 모드를 탑재했다.
차가 물속으로 진입하자 즉시 수위를 감지하는 인덱스가 화면에 표시됐다. 물은 문 아래까지 차올랐다. 바퀴는 보트의 모터처럼 작동하며 물속에서 추진력을 만들어냈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자 차는 물 위에서 방향을 바꿨다. 전진, 후진, 회전까지 모두 가능했다.
70년대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나 봤던 장면이 현실이 됐다. 물속에서 30분간 부유가 가능하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물론 이 기능은 비상 상황을 위한 것이다. 실수로 물에 빠졌을 때는 모든 창문과 선루프가 열려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물에서 나온 U8는 문 아래까지 흠뻑 젖어 있었다. 차량 하부에서 물이 쏟아져 내렸다. 보트와 자동차를 겸한 설계다.
중국 최초의 44m 직경 원형 저마찰 트랙도 체험했다. 30,000개의 현무암 벽돌 위에 3mm 깊이로 물이 고여 있어 빙판과 유사한 마찰 계수를 제공한다. 드리프트 주행을 위해 설계된 구간이다.
BYD의 밀리초 수준 전자 제어 시스템 덕분에 초보자도 안정적으로 드리프트를 즐길 수 있다. 차가 미끄러지는 순간 시스템이 즉각 개입해 통제 불능 상태를 방지한다.
다이나믹 패독 구역에서는 자율 주차 시연이 이어졌다. 차는 주차 공간을 스캔한 후 버튼 하나만으로 완벽하게 주차했다. 수직 주차는 물론 평행 주차도 가능하다. 세 가지 속도 옵션이 있는데, 가장 빠른 모드를 선택하자 차는 순식간에 주차를 완료했다. 사람보다 정확하고 빠르다.
서킷 한편에는 초고속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5분 만에 400km를 달릴 수 있는 전력을 충전한다. 숫자는 실시간으로 빠르게 올라갔다. 차 한 잔 마실 시간이면 몇일간 충분 주행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U9의 중국 내수 가격은 약 3억 5천 만원이다. U8는 약 8천 8백만원 수준이다. 중국 시장에서도 차량의 성능을 감안할 때 이 가격대는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극한의 주행 환경을 이만큼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BYD 정저우 전지형 서킷은 8개 주행 체험 존을 통해 친환경차의 가능성을 극한까지 보여준다. 서킷 주행, 모래 언덕, 오프로드, 수상 부유, 저마찰 트랙까지. 한 장소에서 이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BYD는 정저우 외에도 허페이와 사오싱에 추가 서킷을 개장할 계획이다. 특히 사오싱 서킷의 오프로드 구역은 고도 500m에 면적 809만㎡에 달한다. 중국 자동차 모터사이클 스포츠 연맹(CAMF)과 함께 발표한 '트랙 운영 계획'은 서킷 방문객 100만 명, 프로 레이서 100명 육성을 목표로 한다.
CAMF 구오쥔 잔 회장의 말처럼, BYD 서킷은 중국 친환경차 레이싱 이벤트의 전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하루 종일 체험한 이 시설들은 중국 전기차에 대한 편견을 바꿔 놓기에 충분했다. 품질이 떨어지고 싸구려라는 인식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