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케이블이 모두 잘려 나간 테슬라 슈퍼차저.(출처:래빗)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미국에서 전기차 충전 케이블을 절단해 훔쳐가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충전소 운영이 마비될 정도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으며 범죄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전기차 사용자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테슬라 슈퍼차저에서는 총 25기 중 10기 이상이 절단된 채 발견됐다. 피해 운전자는 이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충전 케이블 절단 행위는 가스충전소 호스를 훼손하는 것처럼 명확한 범죄로 규정해야 한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충전 케이블 절단은 초기에는 반(反)전기차 정서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 대한 정치적 반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케이블 내부 구리선을 절취해 되파는 경제적 목적의 범죄로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범죄자들은 수 초 만에 케이블을 잘라내 금속만 수거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더욱 신속하고 조직적인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범죄는 충전소 전체 운영 중단으로 이어지며 EV 인프라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PBS 분석에서도 “절도범들이 특정 케이블만이 아닌 스테이션 내 모든 케이블을 동시에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충전 케이블 절도를 막기 위한 장치. 케이블을 특수 강철로 감싸고 절단을 시도하면 파란색 염료가 분사된다. (출처:캣스트랩)
이에 따라 도난 행위 발생 전에 범행 자체를 억제하기 위한 기술적 대응책도 등장했다. 미국의 캣스트랩(CatStrap)은 차량 촉매 변환기(Catalytic Converter) 절도를 막기 위해 개발한 기술을 전기차 충전 케이블에 적용해 ‘EV 케이블 쉴드(EV Cable Shield)’를 출시했다. 이 장치는 특수 강화 스트립 스틸과 항공기용 강철 와이어로 케이블을 감싸 절단 시도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다.
또한 옵션으로 제공되는 ‘다이디펜더(DyeDefender)’ 시스템은 케이블 절단 시 80psi 압력으로 파란색 염료가 분출돼 절도범의 신체와 의류를 즉시 염색한다. 염료는 식물성 글리세린 60%, 물 40%, 식용 청색 색소 1% 미만으로 구성돼 있으며 체포 시 식별에 활용할 수 있다.
해당 시스템이 적용된 케이블에는 '경고: 압력이 가해진 상태입니다. 절단하지 마십시오(Warning, pressurized, do not cut)'라는 문구를 부착해 심리적 억제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체측은 “다이디펜더가 설치된 케이블에서 아직 절단 사례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는 “전기차 충전 케이블은 단순한 전력 공급 장치가 아니라 사용자 편의성과 충전 인프라 신뢰성과 직결되는 요소”라며 “충전 속도뿐 아니라 언제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보안 설계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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