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부담이 급격히 커지면서 기아가 미국 시장을 겨냥한 주요 전기차 프로젝트를 대폭 수정하고 있다. EV4 세단의 미국 출시가 사실상 보류된 데 이어, 전기 픽업으로 예상됐던 ‘기아 타스만’ 기반 모델 역시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전기차 세제 혜택 종료와 관세 인상이라는 이중 압력이 글로벌 전기차 전략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다.
LA 오토쇼 현장에서 기아 아메리카 마케팅 부문 부사장 러셀 웨이거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관세가 가장 큰 변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멕시코, 캐나다, 서울에서 관세 문제가 언제 해소될지 알려주면 EV4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은 관세 구조 변화다. 과거 한국산 차량은 미국에서 관세 0%를 적용받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 이후 올해 대부분 기간 동안 25%까지 치솟았고 현재는 15%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기아 EV4는 관세 0%를 전제로 설계된 모델로, 비용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 전기차 수요도 불확실하다. 미국 시장은 세액공제 종료 이전까지 전기차 점유율이 10%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기아의 지난달 전기차 판매 비중은 4%에 그쳤다. 웨이거는 “세액공제 종료 직전 수요가 6개월 정도 앞당겨진 영향이 있어 2026년 2~3월이 돼야 시장 흐름을 정확히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아가 예고했던 미국용 전기 픽업 모델도 같은 이유로 다시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타스만 기반 모델로 예상됐으나, 15~25% 관세에 더해 미국 픽업트럭에 부과되는 25%의 치킨세까지 중첩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사실상 사라졌다.
관세 부담은 기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 생산 비중이 80%에 이르는 포드조차 연간 약 20억 달러(약 2조 6,500억 원)의 관세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도요타는 올해 약 90억 달러(약 11조 9,000억 원), 현대차와 기아도 올해 3분기 동안 각각 12억 4천만 달러(약 1조 6,400억 원), 8억 3,500만 달러(약 1조 1,000억 원)의 관세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 개발비 증가, 배터리 투자 확대, 세제 혜택 축소에 이어 관세까지 변동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수익성이 높은 내연기관·하이브리드·SUV 중심 전략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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