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에 빠질 수 있는데요. 닌텐도를 대표하는 마리오와 세가를 대표하는 소닉이 한 무대에 올라 대결을 펼친다면? 또 스트리트파이터의 류와 철권의 카즈야가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같은 상상입니다.
이러한 상상은 이미 게임 시장에서 현실이 되어 이용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각 게임사의 상징적인 캐릭터들이 한자리에 모여 펼치는 크로스오버 형태의 게임들은 물론, 플랫폼과 시대를 초월한 형태의 게임까지 등장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죠.
가장 대표적인 작품을 꼽자면 단연 닌텐도의 ‘스매시브라더스’ 시리즈입니다. ‘대난투’로도 잘 알려진 이 시리즈는 1999년 닌텐도 64로 처음 등장한 이후, 게임큐브, Wii, 스위치로 이어지며 꾸준히 진화했고, 여러 IP가 모여 대전을 펼치는 게임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 됐죠.
게임에는 마리오, 젤다, 커비, 포켓몬 등 닌텐도를 대표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한 화면 안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지난 2018년 닌텐도 스위치로 등장한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얼티밋’은 시리즈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데요. DLC를 포함해 약 80명이 넘는 캐릭터가 등장할 정도로 엄청난 볼륨감도 자랑하죠.
아울러 ‘스매시브라더스’ 시리즈는 단순히 닌텐도의 캐릭터가 총출동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세가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의 주인공 ‘소닉’, 캡콤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류’, 스퀘어에닉스 ‘파이널 판타지 7’의 ‘클라우드’ 등 플랫폼과 세대를 초월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그야말로 꿈의 무대라는 표현이 잘 어울립니다.
세가는 특유의 속도감을 살린 크로스오버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1994년 처음 등장한 소닉 레이싱 게임 시리즈는 2010년 ‘소닉& 세가 올스타 레이싱’이 등장하며 변화를 맞이했는데요. 기존의 소닉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물론, 세가를 대표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한 작품에 등장하며 세가 팬들에게는 ‘추억의 올스타전’으로 불릴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죠.
‘소닉& 세가 올스타 레이싱’에는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의 재키 브라이언트, ‘쉔무’의 하즈키 료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팬들의 추억을 자극했습니다. 이후 세가는 ‘소닉& 올스타 레이싱 트랜스폼드’를 선보이며 시리즈를 한층 발전시켰습니다. 자동차, 보트, 비행기로 변신하며 육·해·공을 넘나드는 스피드 전환 시스템이 도입돼 좋은 평가를 받았고, 스페셜 게스트로 영화 ‘주먹왕 랄프’의 ‘랄프’도 등장시켰죠.
최근에 선보인 ‘소닉 레이싱 크로스월드’도 무료 업데이트와 시즌 패스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디바’의 ‘하츠네 미쿠’, ‘용과 같이’의 ‘카스가 이치반’ 등 세가의 캐릭터는 물론, ‘마인크래프트’와 협력해 ‘스티브’와 ‘알렉스’를 선보이기도 했으며, ‘네모바지 스폰지밥’의 ‘스폰지밥’과 ‘뚱이’가 등장하기도 했죠. 등장하는 캐릭터의 폭이 한층 넓어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세가와 닌텐도는 서로 협력해 ‘마리오와 소닉 올림픽 시리즈’를 선보여 오기도 했는데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 등장한 ‘마리오와 소닉 베이징 올림픽’을 시작으로, 게임계를 대표하는 두 캐릭터의 호흡은 ‘마리오와 소닉 AT 2020 도쿄 올림픽’까지 이어졌죠. 소닉보다 빠른 마리오의 모습이 많은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을 대표하는 다양한 게임들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한데 모은 게임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2012년 작품인 ‘플레이스테이션 올스타즈 배틀로얄’이 그 주인공입니다. ‘언차티드’ 시리즈의 ‘네이선 드레이크’, ‘갓 오브 워’ 시리즈의 ‘크레토스’, ‘메탈기어’ 시리즈의 ‘라이덴’, ‘철권’의 ‘헤이하치’, ‘데드스페이스’ 시리즈의 ‘아이작 클라크’ 등, 그야말로 게임사의 경계 없이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이름 아래 뭉친 작품입니다.
게임은 ‘대난투’ 시리즈와 유사한 형태이지만, 필살기를 사용해 포인트를 획득하는 시스템을 준비하는 등 차별화를 위해서도 제법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또 각 캐릭터가 자신의 세계관에서 보여줬던 독특한 액션이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됐고, 캐릭터마다 다채로운 필살기 연출을 보여줬으며, 등장하는 캐릭터마다 스토리 모드도 준비됐죠.
다만, ‘크래시 밴디쿳’이나 ‘스파이로’ 같은 과거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을 대표했던 캐릭터들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랜 플레이스테이션 팬들은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했죠. 게임은 2012년 작품 이후로 아쉽게도 후속작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격투 게임 시장에서는 일찍부터 크로스오버 형태의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아랑전설’과 ‘용호의 권’ 캐릭터가 한 작품에 등장한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가 대표적이죠. 1994년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더 킹 오브 파이터즈’는 매년 새 작품이 발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최근에는 발매 주기가 길어지기는 했지만, 2022년 ‘더 킹 오브 파이터즈 XV’가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격투 게임 명가 캡콤도 다른 IP와 협력하며 크로스오버 게임들을 선보여 왔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마블 VS 캡콤’ 시리즈입니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류와 춘리, ‘록맨’, ‘데빌 메이 크라이’의 단테 등이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 울버린 같은 히어로들과 맞붙는 장면이 아직도 많은 게이머들의 기억에 남아 있죠.
캡콤은 이 외에도 ‘캡콤 vs. SNK’를 선보이며 일본을 대표하는 대전 격투 게임사들 간의 꿈의 대전을 마련했으며, 이후 3D 격투 게임 대표작인 반다이남코의 ‘철권’과도 협업해 ‘스트리트 파이터 X 철권’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류와 카즈야의 대결이나 두 게임 간 스왑 코스튬 등이 게이머들을 열광시켰습니다.
반다이남코는 자신들의 특성을 살려 애니메이션 팬들을 위한 크로스오버 무대를 열었습니다. ‘J 스타즈 빅토리 버서스’와 ‘점프 포스’는 드래곤볼의 손오공, 원피스의 루피 등 인기 만화 캐릭터를 총집합시킨 작품으로, 애니메이션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고, 만화와 게임 팬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동시에 반다이남코는 수많은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로봇들이 작품의 장벽을 넘어 한자리에 모여 공통의 적과 싸우는 시뮬레이션 RPG 시리즈 ‘슈퍼 로봇대전’을 진작부터 선보여 오며, 크로스오버 게임의 터줏대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서로 다른 게임의 캐릭터가 함께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플랫폼의 경계, 회사의 장벽, 장르의 한계를 넘어 캐릭터들이 만나 게이머들에게 재미를 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