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11월 16일 발표한,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역대 최대 규모 125.2조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 중 주목을 끄는 것이 하나 있다. 로봇 산업의 새로운 영역인 로봇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 관심의 주 대상이다. 그룹의 미래 사업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로봇 제조사를 넘어, 로봇 기술과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여 외부 기업을 위한 위탁 생산을 하겠다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로봇 파운드리는 TSMC와 삼성전자 등처럼 시스템 반도체회사의 위탁 생산 개념을 로봇 제조에 적용한 것이다. 즉, 현대차그룹이 자체 로봇 브랜드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외에, 로봇 기술이나 설계만 보유한 타 기업들을 위해 로봇 하드웨어의 생산 및 조립을 대행해 준다는 것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이후 축적된 로봇 구동, 제어 기술과 현대차의 정밀 제조 역량을 결합하여 로봇 분야의 전문 제조사로 포지셔닝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완성차 사업의 B2C/B2B 모델을 넘어, 로봇 부품 및 완제품 생산이라는 새로운 B2B 영역에서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로봇 파운드리 시장에 진출하려는 전략적 이유는 우선 수익원 다각화 및 유휴 생산 능력 활용에 있다. 자동차 산업의 변동성에 대비하여 새로운 고부가가치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또한, 기존 자동차 공장이나 신규 로봇 공장의 유휴 생산 능력을 활용하여 자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로봇 부품은 아직 소량 다품종 생산 체제에 머물러 있어 단가가 높다. 외부 물량을 수주하여 생산량을 늘리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등 그룹 내 로봇의 부품 구매 및 제조 원가를 낮추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십 년간 축적된 대량 생산 노하우, 복잡한 부품 공급망 관리 능력, 그리고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정밀함과 안정성이 필수적인 로봇 제조에서 강력한 경쟁 우위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로봇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다양한 고객사의 혁신적인 로봇 기술을 접하고, 이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래 로봇 기술 표준화에 기여하며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도 읽힌다.
현재 서비스 로봇과 산업용 로봇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과 대형 IT 기업들이 로봇 하드웨어 제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들에게 안정적인 대량 생산 솔루션을 제공하며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 로봇 제조는 단순히 부품을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액추에이터, 센서, 정밀 제어 시스템을 통합하는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다만 자동차는 대량 표준 생산에 유리하지만, 로봇은 고객사별로 요구 사양이 매우 다양하고 초기 생산 물량이 적을 수 있다는 도전 과제가 있다. 다양한 품종의 로봇을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탁 생산을 맡기는 고객사의 핵심 기술 및 설계 정보 보호를 위한 철저한 보안 시스템과 신뢰 구축도 필수적이다. 간단한 사업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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