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리자동차 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커는 최근 국내 유력 자동차 유통사 4곳과 딜러십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판매 및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에 돌입했다. 이는 올해 초 한국 시장에 먼저 상륙하여 판매를 이어가고 있는 BYD에 이은 두 번째 중국발 공습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한층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지커는 이번 계약을 통해 에이치모빌리티ZK, 아이언EV, KCC모빌리티, ZK모빌리티 등 4개사를 공식 파트너로 확정했다. 눈여겨볼 점은 파트너사들의 면면이다. 이들은 대부분 볼보, 아우디, 벤츠 등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를 오랫동안 유통해 온 기업들이다. 앞서 진출한 BYD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대중적인 전기차 시장을 파고들었다면, 후발 주자인 지커는 검증된 딜러망을 통해 한국 소비자의 높은 눈높이에 맞춘 프리미엄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명확히 한 셈이다.
업계의 관심은 지커가 한국 시장에 내놓을 다채로운 라인업에 쏠리고 있다. 가장 유력한 선봉장은 브랜드의 상징인 지커 001이다. 지커 001은 준대형 슈팅 브레이크(왜건형 세단) 모델로, 포르쉐 타이칸을 연상시키는 디자인과 최고출력 544마력의 강력한 성능을 갖춰 테슬라 모델 S나 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의 수요층을 겨냥한다. 여기에 볼보 EX30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소형 SUV 지커 X, 테슬라 모델 Y의 대항마인 중형 SUV 지커 7X가 허리 라인업을 책임질 예정이다.
국내 출시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최근 지커의 라인업 가운데 가장 국내 출시가 기대되는 모델은 단연 '지커 믹스(Zeekr MIX)'다. 미래 모빌리티를 연상시키는 캡슐 형태의 외관을 가진 지커 믹스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다목적차량(MPV)이다. 가장 큰 특징은 B필러(차체 기둥)를 없애고 앞뒤 도어가 양옆으로 활짝 열리는 구조를 채택해 승하차 편의성을 극대화했다는 점이다. 또한 앞좌석이 270도 회전하여 뒷좌석 승객과 마주 볼 수 있는 라운지 모드를 제공하는 등 실내 공간 활용성을 혁신적으로 높였다. 카니발이나 스타리아 같은 기존 미니밴 수요는 물론, 차별화된 패밀리카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 법인을 출범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BYD는 배터리 수직 계열화를 통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반면 지커는 BYD와는 결이 다른 고급화와 차별화 전략을 구사한다. 지커의 이번 딜러 선정은 모기업 지리자동차가 소유한 볼보의 딜러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는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기존 수입차 시장에서 신뢰를 쌓은 딜러사들의 정비 인프라와 서비스 노하우를 그대로 흡수하여, 신생 브랜드가 겪는 초기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지커는 내년 말 공식 브랜드 런칭을 거쳐, 2026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고객 인도에 나설 예정이다. BYD가 먼저 문을 열고 지커가 판을 키우는 형국이 되면서, 2026년 한국 시장은 보급형 세단부터 럭셔리 슈팅 브레이크, 혁신적인 MPV까지 다양한 중국산 전기차가 국산 및 기존 수입차들과 치열한 점유율 다툼을 벌이는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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