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의 밤이 새로운 F1 월드 챔피언의 탄생으로 뜨겁게 타올랐다. 맥라렌의 랜도 노리스가 시즌 마지막 레이스에서 극적인 승부를 펼치며 생애 첫 포뮬러 1 월드 챔피언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아부다비 그랑프리는 타이틀 결정전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치열한 전략 싸움과 드라이버들의 심리전이 어우러진 한 편의 드라마였다. 노리스는 경기 내내 이어진 막중한 압박감을 이겨내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과감한 승부수를 띄우며 자신이 챔피언의 자격이 있음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
노리스의 우승 과정은 그가 공언한 대로였다. 스타트 직후 2위 자리를 지켜내며 안정적인 출발을 보인 그는 레이스 도중 결정적인 추월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특히 츠노다 유키를 상대로 보여준 과감한 움직임은 트랙 리밋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레드불 진영조차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헬무트 마르코 레드불 고문조차 츠노다의 방어가 지나치게 의욕적이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노리스는 토요일 예선 후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위험을 감수해야 할 순간에는 주저하지 않고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노리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번 우승이 시즌 초반 중국 그랑프리 등에서 겪은 시련과 깨달음 덕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즌 초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정신적인 접근 방식과 주변 환경에 변화를 주었다고 설명했다. 흔히 언급되는 잔트포르트 우승이 아닌,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멘탈 관리와 경기 운영 방식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노리스는 경쟁자들을 트랙 밖으로 밀어내지 않고 페어플레이를 펼치며, 자신의 방식대로 챔피언에 올랐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한 맥라렌이라는 팀과 함께 팀의 암흑기를 지나 최정상에 섰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워했다.
막스 베르스타펜은 불과 2포인트 차이로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지만, 표정은 예상보다 밝았다. 그는 이번 시즌이 자신의 커리어 중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해였다고 자평했다. 비록 챔피언 타이틀은 놓쳤지만, 지난 12개월간 팀이 겪은 어려움을 딛고 후반기에 보여준 놀라운 반등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베르스타펜은 작년 챔피언 확정 당시보다 현재의 상황과 팀의 회복세에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레드불은 2025년 규정 변화에 대비한 개발 방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시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레드불 패독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헬무트 마르코 고문은 향후 거취에 대해 확답을 피하며 이번이 F1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베르스타펜의 레이스 엔지니어인 지안피에로 람비아제 역시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내년 시즌에는 레이스 엔지니어링 업무에서 물러나 더 높은 직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핵심 인력들의 이동은 내년 시즌 레드불의 팀 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스카 피아스트리는 시즌 초반의 강세를 이어가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이번 시즌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더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노리스의 우승을 축하하면서도, 내년 시즌에는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페라리에서의 마지막 시즌을 보낸 루이스 해밀턴은 힘겨웠던 한 해를 뒤로하고 휴식기에 들어가고 싶다는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며, 2026년 새로운 규정 도입과 함께 페라리의 도약을 기대하게 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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