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옵티머스가 VR 헤드셋을 벗는 듯한 동작을 취한 후 뒤로 넘어지는 모습을 두고 원격 조정 의혹이 일고 있다.(Tesla Optimus 레딧 캡쳐)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일론 머스크가 “최대 200억 대까지 판매할 수 있다”고 장담한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가 다시 한 번 구설에 올랐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테슬라 ‘오토노미 비주얼라이즈드(Autonomy Visualized)' 행사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이상 행동을 보인데 이어 온라인에 퍼진 영상에서는 원격 조종 의혹을 살 수 있는 수상한 동작까지 노출되면서다.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 속 옵티머스는 관람객에게 생수를 건네다 물병을 떨어뜨리고 균형을 잃은 채 뒤로 넘어진다. 원격 조정 의혹은 옵티머스가 넘어지는 순간 마치 VR 헤드셋을 벗는 듯 손을 얼굴 쪽으로 가져가는 장면에서 불거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율 제어라면 나타나기 어려운 동작이며 '옵티머스가 넘어지려 하자 당황한 인간이 VR 헤드셋을 벗는' 원격 조종(텔레오퍼레이션)을 따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옵티머스가 보행, 균형, 협응 능력에서 진전을 이뤘다며 실험실에서 달리는 장면, 단순한 격투 동작 등을 반복해서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해프닝은 오히려 테슬라가 보여주고 싶은 ‘미래의 인간형 로봇’이 실제로는 제한적인 원격 조작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냐는 냉소를 불러온다.
특히 중국이 최근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뛰거나 굴러 넘어지는 ‘덤블링’ 훈련, 심지어 격투기 체험형 시연까지 선보이며 민첩성을 과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상대적으로 기술 완성도가 뒤처져 보인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중국은 이미 넘어지면서 회복하는 단계인데, 옵티머스는 그냥 쓰러지는 수준”이라는 비아냥까지 등장했다. 여기에 테슬라 로보택시 역시 통제를 위한 인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과장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머스크는 옵티머스가 테슬라의 미래 먹거리이자 제조 공장의 높은 자동화를 이끌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해 왔다. 로봇이 다른 로봇을 생산하는 ‘셀프 팩토리’ 비전도 내세우면서 향후 가격을 2~3만 달러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구상도 언급했다.
그러나 실제 데모 과정에서 나타난 불안정한 동작, 그리고 원격 조작 의심은 테슬라가 홍보하는 ‘자율 로봇’의 현실적 수준이 아직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한편 테슬라는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EV 판매가 둔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실적에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차량 라인업의 경쟁력 약화와 구형 플랫폼의 한계가 지적되는 와중에 로봇 시연마저 논란을 일으킨 이번 상황은 오히려 로봇 사업을 둘러싼 기대보다는 ‘마케팅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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