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유독 지갑이 가벼워지는 시기다.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부터 각종 약속, 블랙프라이데이와 연이은 세일까지 겹치면 어느새 잔고가 사라진다. 그렇다고 퇴근 후나 주말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기만 하기엔 허전한 법. 이럴 때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무료 게임으로 기분 전환을 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특히 스팀에는 의외로 완성도 높은 무료 게임이 많다. 그중에서도 이용자 평가가 ‘압도적으로 긍정적(추천 비율 95% 이상)’이고, 한국어 지원 또는 한글 패치(이용자 패치 포함)가 갖춰진 작품들을 골라 소개한다.
■ 두근두근 문예부(Doki Doki Literature Club)장르: 비주얼 노벨·심리 호러
한때 방송인들이 한동안 너도나도 플레이하며 유명해졌던 ‘두근두근 문예부’는 놀랍게도 무료 게임이다. 처음에는 흔한 학원 연애 시뮬레이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한 호러 요소를 숨긴 변칙적 비주얼 노벨이다.
스토리는 짝사랑 상대를 따라 문예부에 가입하며 여러 캐릭터와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흐름으로 시작하지만, 선택을 이어갈수록 관계가 기묘하게 비틀리고 분위기는 점점 어두워진다.
특히 ‘메타 호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출이 유명하다. 게임 파일 조작, 화면 오류, UI 붕괴 같은 요소로 이용자의 심리를 흔드는 방식이 강렬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완성도와 연출 모두 뛰어나 공포 장르를 좋아한다면 꼭 한 번 경험해볼 만하다. 첫 플레이라면 스포일러 없이 즐기길 추천한다.
■ 더 웨어클리너(The WereCleaner)장르: 캐주얼·잠입 액션
데포르메된 귀여운 그래픽이 돋보이는 이 게임은 밤이 되면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청소부 ‘카일’이 주인공이다. 이용자는 사무실을 청소하면서도 본능적으로 사람을 공격하고 싶어지는 충동과 맞서야 한다.
살인이나 유혈 등 자극적 장면이 등장하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고 가벼워 고어 요소를 어려워하는 이용자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 비밀 통로, NPC 동선 파악, 구조 변화 등 잠입 게임으로서의 기본기도 잘 갖춰져 있다. 난이도도 부담 없지만, ‘완벽 클리어’를 목표로 한다면 NPC를 건드리지 않도록 매우 신중한 플레이가 필요해 퍼즐적 재미도 충분하다.
참고로 이 작품은 미국 USC 대학 캡스톤 프로젝트로 제작된 학생 작품이라, 스팀뿐 아니라 에픽·모바일 등 모든 플랫폼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이용자 한국어 패치도 존재해, 완성도 높은 연출과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 보드랜드(Boardland)장르: 턴제 전략
전략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를 위한 작품도 있다. 그 주인공인 보드랜드는 주사위와 보드를 조합해 전투 방식을 만들어가는 구조가 인상적인 턴제 전략 게임이다.
이 게임의 핵심은 한 턴에 주어지는 다섯 개의 숫자를 어디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흐름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숫자를 보드 바깥에 두면 이동이 되고, 보드 위에 올리면 공격·방어·회복 같은 행동이 발동된다. 보드는 사용할수록 성장하는 스킬 카드처럼 기능해, 강화하거나 다른 형태로 교체할 수 있어 전투 스타일을 직접 구축하게 된다. 주사위 또한 교체하며 나만의 조합을 만들 수 있어 한 턴 한 턴의 선택이 중요하다.
전반적으로 ‘루프 히어로’와 ‘스택랜드’를 섞은 듯한 플레이 감각을 지녔으며, 귀여운 그래픽과 부담 없는 템포 덕분에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 연말에 가볍게 손이 가는 전략 게임을 찾는다면 추천할 만하다.
■ 아쿠아리움은 춤추지 않아(アクアリウムは踊らない)장르: RPG·호러 어드벤처
‘아쿠아리움은 춤추지 않아’는 소꿉친구 ‘루루’와 수족관을 찾은 ‘스즈’가 갑작스러운 실종 사건에 휘말리며 시작되는 호러 RPG다. 루루를 찾는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인물 ‘레트로’, 탈출을 돕는 ‘크리스’, 수족관에 갇힌 소녀 ‘키티’ 등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용자는 수족관의 생물이 되어 이들 사이의 비밀을 파헤쳐야 한다.
특히 이 작품은 개발 비화 자체가 공포물에 가깝다는 점에서 유명하다. 원래는 대학 동기 다섯 명이 함께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팀원들이 하나둘 연락을 끊고 결국 일러스트 담당이었던 제작자 ‘다이다이’만 남게 된다. 그는 회사 생활을 병행하면서도 ‘캐릭터를 꼭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마음으로 무려 8년에 걸쳐 혼자 작업을 완성했다. 심지어 다이다이는 호러 장르를 좋아하지 않아 오로지 캐릭터와 작업에 대한 애정으로 게임을 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게임 내 공포는 비교적 마일드한 편이다. 약한 점프 스케어(일명 갑툭튀), 추격전, 음침한 분위기 등이 있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주요 캐릭터들의 갈등과 감정선이 더욱 부각된다. 중요한 선택에 따라 총 5가지 엔딩으로 분기되며, 탄탄한 세계관과 캐릭터 매력 덕분에 높은 평가를 얻었다.
이외에도 팬게임임에도 뛰어난 완성도로 인기를 끈 ‘홀로큐어: 팬들을 지키자!’, BanG Dream! MyGO!!!!! 기반의 ‘시이나 타키의 데카메론’, 연말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숨은그림찾기 ‘Cats Hidden in Jingle Jam’ 등 즐길 만한 무료 게임이 다양하다.
연말 지갑은 얇아지지만, 재미까지 얇아질 필요는 없다. 만약 별도의 한국어 패치가 없어도 될 정도로 언어 능력이 뛰어나다면 스팀 검색에서 가격대를 ‘무료’로 설정한 뒤 ‘사용자 평가 순’으로 정렬해보자.
‘압도적으로 긍정적’ 순으로 게임이 정렬되니, 원하는 게임들을 하나씩 골라 즐기며 한 해를 즐겁게 마무리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