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기 있었던 명작들을 최신 플랫폼으로 다시 출시하는 것은 많은 게임사들의 매력적인 수익원이 되고 있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기존 리소스를 활용할 수 있어서 신작 개발보다 부담이 덜하고,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린 시절 추억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최신 그래픽으로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게임성을 개선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실행만 된다 수준의 이식은 추억팔이라고 비판을 받기 쉽다. 과거에 명작이었다고 하더라도, 최신 게임에 맞춰 눈높이가 올라간 상황에서 다시 보면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패키지 국산RPG의 전설이라고 불렸던 양대 산맥이자 최근 부활을 예고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와 창세기전 서풍의 광시곡을 바라보는 이용자들의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어스토니시아는 과거 여러 플랫폼으로 재발매됐던 사골 중의 사골이고, 서풍의 광시곡은 매력적인 그래픽과 스토리로 놀라움을 선사했던 아름다웠던 추억과는 별개로 각종 버그로 인해 수시로 튕기면서 정상적인 플레이가 힘들었던 게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게임 모두 원작을 개발했던 개발사가 과거의 추억이 되면서 원작에 참여했던 개발자들이 모두 흩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분명 추억팔이가 될 위험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니, 괜히 전설이라고 불리는게 아닌가 보다.
오는 12월 18일 PC(엔씨 퍼플 플랫폼)와 스위치로 출시를 앞두고 있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환세취호전+’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웨이코더가 원작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넷마블 네오와 협력해 개발했으며, 손노리 이원술 대표가 감수로 참여했다.
손노리가 만든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최초 국산RPG는 아니지만, 당시 일본 게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짜임새 있는 플레이와 세계관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 상업적으로 흥행한 최초의 국산RPG로 기억되고 있는 게임이다. 지금와서 보면 특정 구간에서 이벤트(밧줄, 블루 오닉스 등)를 놓치면 엔딩을 볼 수 없는 등 허점도 많은 게임이었지만, 해외 게임들과 당당히 겨룰만한 국산 게임의 시작을 알린 게임이라는 점에서 한국 게임 개발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웨이코더에서 준비한 이번 작품은 DOS 버전이었던 원작의 리소스가 소실된 관계로 GP32로 출시됐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R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그래픽을 대폭 업그레이드한 버전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DOS 체계로 출시됐던 원작에 이어, GP32, PSP, 모바일까지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됐지만 대부분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으니, 이번에도 기대보다 걱정이 더 앞서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제대로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다.
라인게임즈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이 폭망한 가운데, 또 하나의 ‘창세기전’이 다시 부활을 꿈꾸고 있다. 현재 모바일로 서비스되고 있는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와 별개로 텀블벅을 진행 중인 ‘창세기전 서풍의 광시곡 리마스터’다.
이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나인서클은 원작의 메인 프로그래머를 맡았던 전 소프트맥스 조영기 CTO와 당시 소프트맥스 모니터 요원으로 근무했던 김현수 기획자 등 과거 소프트맥스 개발자들이 주축으로 설립된 인디 게임사로, 원작 IP를 보유하고 있는 라인게임즈와의 계약을 통해 리마스터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원작에 이어 ‘창세기전 모바일’의 내러티브 디렉터로도 참여했던 창세기전의 아버지 최연규 개발자도 대본 및 설정 검토, 수정 작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현재 텀블벅에 공개된 바에 따르면 내년에 스팀 등 PC 플랫폼 발매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HD 해상도 지원 및 화질 개선, 와이드 스크린 대응, 성우 음성 추가, 인카운터율 조정, 미니맵 추가 등 현 세대에 맞게 편의성을 대폭 업그레이드해서 준비 중이라고 한다. 현재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를 서비스하고 있는 미어캣게임즈와 협업하면서 해당 게임에 사용된 성우 음성이 이번 프로젝트에도 사용될 예정이다.
텀블벅에서 생성형 AI로 제작된 콘텐츠를 포함되었다는 소식이 공개되면서, 다소 불안하다는 반응도 있긴 하나, 예전에 일본 유통사였던 팔콤이 선보였던 일본판 이후 새로운 버전이 출시된 적이 없는 만큼, 팬들의 기대감이 상당히 큰 편이다. 펀딩 가격도 비교적 준수한 수준으로 설정돼 벌써 달성율 264%를 기록 중이다.
나인서클은 스트래치골로 펀딩 300% 달성시 메인스토리 100% 풀 보이스를 지원할 예정이며, 500% 달성시에는 PC 외 다른 플랫폼 출시도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2분기 출시를 예고한 ‘서풍의 광시곡 리마스터’가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