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라는 강경 규제를 오는 2035년 시행하기로 했던 유럽연합이 내연기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유럽연합(EU)이 오는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키로 했던 로드맵을 재검토하며 방향 전환에 나섰다. 내연기관 ‘100% 퇴출’을 목표로 했던 강경한 전동화 정책에서 한 발 물러나 이산화탄소(CO₂) 감축 목표를 강화해 적용하는 절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유럽의회 최대 정당인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드 베버 대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계획을 폐기하는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말한 대안은 2035년 이후 신규 등록 차량의 평균 CO₂ 배출량을 90% 감축하는 방식이다.
EU의 내연기관 퇴출 로드맵은 ‘핏 포 55(Fit for 55)’ 패키지의 핵심 축으로 2035년 이후 신규 내연기관차 등록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강력한 규제였다. 이는 유럽 자동차 산업을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러나 유럽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비현실적 정책이라는 반발을 샀다.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한 데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급속한 유럽 진입, 미국의 수입 관세 강화,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겹치며 유럽 완성차 및 부품 산업 전반의 부담이 커졌다. 특히 독일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강국들은 “일률적 전면 금지는 산업 경쟁력을 훼손한다”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독일 정부의 입장 변화는 이번 기조 전환의 핵심 배경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전기차가 탄소중립의 주요 경로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유일한 해법일 필요는 없다”며 합성연료(e-fuel) 등 대체 기술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메르세데스 벤츠 등은 규제 목표 자체보다는 “어떤 기술로 달성할 것인지는 시장과 소비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전동화 속도를 유지하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합성연료 기반 내연기관, 차세대 저탄소 파워트레인 등 다양한 해법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조만간 관련 제도 개편 방향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지만 최소한 2035년 이후 ‘100% 전기차’라는 단일 경로는 수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종 수정안은 내연기관의 ‘부활’이라기보다 산업 현실과 기술 전환 속도를 반영해 완급을 조절하는 대안 가능성에 힘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가 유럽 자동차 산업에 단기적 숨통을 틔워줄 수는 있지만 '90% 감축' 목표 역시 현재의 내연기관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EU가 어떤 선택을 하든 탄소 감축을 위해 전동화로 가는 가는 경로를 하나로 고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전략 수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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