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를 둘러싼 저작권 분쟁이 텍스트 영역을 넘어 음악과 영상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초기에는 작가와 언론사를 중심으로 문제가 제기됐지만, 이제는 음원, 영화, 드라마, 광고 영상까지 분쟁의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핵심 쟁점은 명확하다. 초거대 AI 모델이 상업적으로 활용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원저작물이 사실상 무단으로 학습에 사용됐다는 주장이다. 이는 단순한 권리 침해 논란을 넘어, 콘텐츠 산업의 수익 구조 자체를 흔드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음악 업계는 특히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특정 가수의 음색과 창법을 그대로 모방한 AI 음원이 확산되면서, 창작자의 정체성과 권리가 동시에 침해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기존 저작권법이 보호하던 ‘곡’이나 ‘가사’뿐 아니라, 아티스트의 스타일과 표현 방식까지 보호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집단 소송 형태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AI 학습 데이터가 단순 참고 자료가 아니라, 결과물의 실질적 기반이라는 점을 법적으로 인정받으려는 시도다.
영상 업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AI가 영화 장면, 촬영 구도, 편집 리듬을 학습해 유사한 영상을 생성하면서, 원작자 동의 없는 학습 자체가 불공정 경쟁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대형 스튜디오와 제작사들은 AI 학습용 데이터 사용에 대한 사전 계약과 보상 체계를 요구하며, 무단 학습을 산업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개인 창작자 보호를 넘어, 대규모 콘텐츠 산업의 생존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집단 소송의 초점은 ‘보상’이다. 학습 데이터에 대한 금지보다, 사용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라는 요구가 중심에 놓여 있다. AI 기업이 학습 데이터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 음악·영상 저작권자에게 정기적인 보상이나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이는 AI 기술 발전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라, 기존 창작 생태계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에 가깝다.
이 분쟁은 결국 생성형 AI 산업의 구조를 재편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무제한 데이터 수집과 학습을 전제로 성장해온 모델들은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음악과 영상처럼 제작 비용과 인력이 크게 투입되는 산업이 집단으로 대응에 나선 이상, AI 기업 역시 보상 구조를 포함한 새로운 학습 체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AI 저작권 분쟁의 확산은 기술과 창작의 공존을 둘러싼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글 / 한만수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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