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자체 AI 모델 구축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모델과 API에 의존하던 흐름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기술 주도권을 내부로 끌어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비용 구조의 불안정, 서비스 차별화 한계, 규제 대응 부담이 누적되면서 외부 모델 의존이 더 이상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이제 AI는 도입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통제권을 쥐느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독자 모델 구축의 가장 큰 성과는 데이터 통제력이다. 기업 내부 문서, 고객 정보, 산업 특화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 수 있고, 보안과 컴플라이언스 대응도 훨씬 수월해진다. 특히 금융, 제조, 공공,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자체 모델이 아니면 적용 자체가 어려운 사례가 늘고 있다. 범용 모델로는 해결되지 않는 현장 중심 요구가 독자 모델 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다.
반면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학습 인프라 구축, 전문 인력 확보, 지속적인 모델 개선에 필요한 비용은 단기간에 감당하기 어렵다. 초기 성능이 글로벌 모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이를 끌어올리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소요된다. 자체 모델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경쟁력이 확보되는 단계는 이미 지났고, 운영까지 포함한 장기 전략이 없으면 오히려 비용 부담만 커질 위험도 존재한다.
또 다른 현실은 선택과 집중이다. 한국 기업들이 노리는 것은 초거대 범용 모델이 아니라, 업무와 산업에 맞춘 실용 중심 모델이다. 번역, 검색, 상담, 문서 처리처럼 명확한 목적을 가진 영역에 한정해 성능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주를 이룬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면서도, 내부 생산성과 서비스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려는 현실적인 판단이다.
이 흐름은 단기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인 전환에 가깝다. 빅테크 모델을 쓰는 것보다, 통제 가능한 AI를 갖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독자 AI 모델 구축은 성과와 부담을 동시에 안고 가는 선택이지만, 기술 주권과 사업 지속성을 고려할 때 많은 한국 기업들이 다시 이 길을 택하고 있다. AI 전략의 중심이 ‘도입’에서 ‘소유와 운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
글 / 한만수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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