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의 채용 공고에서 분명한 공통점이 드러나고 있다. 직무와 산업을 가리지 않고 ‘AI 활용 능력’이 기본 조건처럼 명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일부 기술 직군에만 해당되는 요구가 아니라, 기획·마케팅·영업·인사·재무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AI를 다룰 수 있느냐는 질문은 이제 우대사항이 아니라, 업무 수행 가능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있다.

채용 공고에 나타난 표현도 달라졌다. “AI 기반 도구를 활용한 업무 경험”, “자동화 툴을 활용한 생산성 개선”,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및 의사결정” 같은 문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는 코드를 직접 작성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주어진 업무를 AI와 결합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를 묻는 조건이다. 기업은 더 이상 모든 일을 사람 손으로 처리할 인력을 전제로 조직을 설계하지 않는다.
이 변화는 생산성 기대치의 상승과 직결돼 있다. 동일한 인원으로 더 많은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환경에서, AI를 활용하지 못하는 인력은 곧바로 병목이 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AI를 활용해 보고서 작성, 자료 조사, 분석, 커뮤니케이션을 단축하는 인력이 팀의 기준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개인의 역량과 무관하게 평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특히 중간 관리자와 실무 핵심 인력에게 요구되는 조건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단순 지시와 관리보다, AI를 통해 업무 흐름을 재설계하고 팀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이는 개인의 숙련도보다 도구 활용 능력이 조직 내 영향력을 좌우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AI를 잘 쓰는 사람이 팀의 기준을 정하는 위치에 서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글로벌 채용 시장에서 나타나는 이 공통 조건은 분명한 신호다. AI는 더 이상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기본 도구가 되었고, 이를 다루지 못하는 것은 컴퓨터를 못 쓰는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AI 못 쓰면 뒤처진다”는 말이 선언이 아니라 현실이 된 순간은, 이미 채용 공고 속에서 확인되고 있다.
글 / 한만수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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