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주행 거리 등 전기차에 대한 불편 요소들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내연기관차 또는 하이브리드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EV)를 향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눈에 띄게 식고 있다. 한때 ‘대세’로 여겨졌던 순수 전기차 중심의 전동화 흐름이 주춤하면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다시 선택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EY(Ernst & Young)'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을 조사해 발표한 ‘모빌리티 소비자 지수(Mobility Consumer Index) 2025’에 따르면 향후 2년 내 내연기관 차량을 구매하겠다는 글로벌 소비자 비중은 50%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순수 전기차 선호도는 두 자릿수 하락하며 뚜렷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EY는 “전기차 단일 해법(E-only)에서 벗어나 다양한 파워트레인이 공존하는 보다 현실적인 시장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동화 자체의 실패라기보다 현실적인 사용 경험과 비용을 기준으로 한 소비자들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리두기는 감정적 반감이 아니라 실제 사용상의 불편과 비용 부담에서 비롯됐다. 여전히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것은 주행거리 불안과 충전 인프라 문제다. 충전소 접근성, 대기 시간, 충전 비용에 대한 불만은 기존 전기차 보유자와 첫 구매 예정자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터리 교체 비용에 대한 부담은 전기차를 처음 고려하는 소비자층에서 더욱 크게 작용했다. 초기 구매 가격뿐 아니라 장기 소유 비용까지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전기차의 경제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미국의 전기차 세제 혜택 축소, 유럽의 배출 규제 목표 재검토 등 정책 환경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전기차 수요 둔화에 힘을 보탰다.
소비자 인식 변화는 완성차 업계의 전략 수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주요 제조사들은 전기차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재정비하며 수요 대응에 나서고 있다.
EY는 이를 ‘전동화 후퇴’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전기차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소비자 특성에 맞춰 파워트레인을 다변화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순수 전기차, 하이브리드, 고효율 내연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는 구조가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기술 수용 태도 역시 실용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자율주행이나 엔터테인먼트 기능보다는 안전, 보안, 내비게이션, 차량 관리와 같은 실질적인 커넥티드 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고도 자율주행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제한적이며 사고 위험과 기술 오류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도 확인됐다.
구매 방식에서도 변화는 있지만 최종 결정 단계에서는 여전히 오프라인 딜러의 역할이 중요했다. 특히 전기차 구매자들은 충전과 배터리, 기술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면 상담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EY 보고서는 글로벌 전동화 흐름이 변곡점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빠른 전환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사용 경험과 총소유비용이다. 충전 인프라 확충과 배터리 비용 부담 해소 없이는 전기차 확산이 다시 가속되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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