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을 둘러싼 오랜 논쟁 가운데 하나는 ‘카메라만으로 충분한가’라는 질문이다. 인간이 눈과 뇌만으로 운전한다는 점을 근거로 카메라 기반 자율주행을 주장하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완전 자율주행차가 인간보다 훨씬 안전해야 한다는 전제를 놓고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리비안은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리비안은 이번 주 공개한 자료를 통해 차세대 전기 SUV R2에 라이다(LiDAR)를 탑재할 계획임을 공식 확인했다. R2는 시작 가격이 약 4만5,000달러로 알려진 대중 지향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고급 자율주행 센서로 분류돼 온 라이다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카메라와 인공지능만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려는 테슬라의 접근법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리비안은 자사 ‘AI 및 자율주행의 날’ 행사에서 카메라 단독, 카메라+레이더, 카메라+레이더+라이다 조합의 인식 성능을 비교한 영상을 공개하며 멀티 센서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상에서 맑은 주간 환경에서는 세 가지 센서 구성 모두 유사한 인식 성능을 보였다. 차량, 보행자, 고정 물체를 큰 차이 없이 감지했다. 그러나 안개가 낀 상황에서는 결과가 극명하게 갈렸다. 카메라 기반 시스템은 시야가 제한되며 안개에 가려진 보행자를 인식하지 못했다. 레이더를 추가한 조합은 인식 거리가 다소 늘어났지만, 라이다가 포함된 시스템은 안개 속에서도 보행자를 명확하게 포착했다.
야간 주행 사례에서도 차이는 분명했다. 조명이 거의 없는 고속도로 가장자리에서 보행자가 이동하는 상황에서 카메라 기반 시스템은 차량 바로 앞에 이르러서야 인식했지만, 라이다를 포함한 시스템은 훨씬 이른 시점에서 보행자를 감지했다. 이는 자율주행 안전성 측면에서 치명적인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다.
리비안은 이번 시연에 사용된 구체적인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사양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센서가 제공하는 정보의 차이와 상호 보완 효과를 직관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라이다는 대당 수만 달러에 달하는 고가 장비로, 로보택시와 같은 특수 목적 차량에만 쓰였다. 그러나 리비안에 따르면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리비안 자율주행·AI 부문 전기 하드웨어 총괄 비디야 라자고팔란은 “약 10년 전만 해도 라이다는 수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수백 달러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제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상도는 향상됐고, 크기는 작아졌으며, 이로 인해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라이다 채택 차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리비안의 선택은 자율주행차가 인간을 능가하려면 인간의 감각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센서 구성이 필요하다는 업계 전반의 공감대를 반영한다.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를 결합한 중복적 센서 구조는 단일 센서 실패에 대비하는 동시에, 악천후와 저조도 환경에서 안정성을 크게 끌어올린다.
리비안 R2의 라이다 탑재는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 전략까지 포함한 종합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완전 자율주행을 향한 길에서, 센서 선택이 다시 한 번 중요한 분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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