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페라리가 전동화 시대 전환이라는 격변기에도 내연기관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다. 페라리는 최근 100년 넘게 거의 변하지 않은 엔진의 기본 구조 가운데 실린더 속에서 '등근 원형'을 유지하며 상하 운동을 반복하는 피스톤의 개념을 파괴하는 혁신적 특허를 제출했다.
둥근 형태의 피스톤은 사실 성능의 최적화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제작과 가공이 가장 쉬운 형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라리가 이 오래된 전제를 다시 흔들고 있다.
페라리는 최근 유럽 특허를 통해 기존 원형 대신 타원형(스타디움형) 피스톤을 적용한 내연기관 구조를 출원했다. 공개된 특허 도면에 따르면, 피스톤은 원통이 아닌 양쪽이 반원으로 마감된 타원 형태를 띠고 있다. 엔진 전체 패키징과 효율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시도다.
핵심은 피스톤의 ‘방향’이다. 페라리 특허는 타원형 피스톤의 긴 축이 크랭크축과 직각으로 배치된다. 이로 인해 피스톤의 짧은 축이 엔진 전후 방향으로 놓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엔진 전체 길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실린더 수와 배기량을 유지한 채 엔진을 더 컴팩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방식은 페라리와 같이 대배기량이 필요한 다기통 엔진에서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기존 V12 엔진은 12개의 원형 실린더를 배열해야 하기 때문에 길이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타원형 피스톤 구조를 적용하면 동일한 배기량과 실린더 수를 유지하면서도 엔진 길이를 줄일 수 있고 하이브리드 시스템과의 결합에도 유리한 패키징을 확보할 수 있다.
효과는 공간 절약에 그치지 않는다. 타원형 피스톤은 접촉 면적과 형상 최적화를 통해 마찰 손실 감소, 연소 효율 개선, 열 관리 향상 가능성을 동시에 노린다. 피스톤 상부 면적이 늘어나면서 밸브 배치 자유도가 커지고 더 많은 밸브를 적용해 흡·배기 효율을 높이는 설계도 가능해진다. 엔진이 숨을 더 잘쉬는 구조다.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혼다는 1970~80년대 NR500 레이싱 엔진에서 타원형 피스톤을 시도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피스톤의 긴 축이 크랭크축과 평행하게 배치됐고 복잡한 피스톤 링 가공과 밀봉 문제, 고회전 신뢰성 한계에 부딪혔다. 페라리는 이와 다른 방향의 배치와 현대적인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난제도 있다. 타원형 피스톤과 링을 정밀하게 가공해야 하고,구조 자체가 복잡해 제조 비용 상승은 피하기 어렵다. 사실상 엔진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라리가 여전히 내연기관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는 점이 반갑다는 반응도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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