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50 라이트닝에 가솔린 엔진이 추가된다는 소식이다. 혁신적인 차세대 전기 트럭 프로젝트 ‘T3’는 백지화되었고, 상용 전기 밴 계획은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모델로 선회했다. 포드가 숨 가쁘게 달려왔던 전동화 레이스에서 잠시 멈춰 섰다. 짐 팔리 CEO가 그동안 중국 전기차 산업의 위협을 경고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점을 상기하면, 이번 결정은 다소 의외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후퇴로만 단정 짓기에는 시장의 상황이 복잡하다. 이는 포드가 현실적인 생존을 위해 선택한 전략적 유연성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포드의 전기차 사업부가 직면한 적자 폭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기존 계획을 수정하는 데만 약 19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야심 차게 내놓았던 F-150 라이트닝은 높은 가격 장벽과 예상보다 저조한 수요로 고전했다. 포드의 이번 결정은 묘한 데자뷔를 불러일으킨다. 과거 포드가 세단과 해치백 라인업을 정리하고 SUV와 트럭에 올인했던 순간 말이다. 당시에는 수익성을 위한 과감한 결단으로 평가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소형차 시장의 주도권을 경쟁사들에게 내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속도 조절 역시 단기적으로는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하이브리드 수요에 대응하는 영리한 수가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이 지점에서 가장 흥미로운 비교 대상은 현대차그룹이다. 두 기업 모두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전통의 완성차 업체지만, 최근의 대응 방식은 사뭇 다르다. 포드가 전기차 전용 공장의 용도를 데이터센터로 변경하거나 출시를 취소하며 강력한 브레이크를 밟는 동안, 현대차그룹은 부드럽게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두 기업의 차이는 시장 접근 방식에서 극명하게 갈린다. 포드가 세단과 소형차 시장을 과감히 포기할 때, 현대차와 기아는 아반떼, 쏘나타, 코나, 니로 등을 통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까지 촘촘한 라인업을 유지했다. 이는 포드가 비워둔 시장의 빈틈을 파고들어 점유율을 확대하는 단단한 기반이 되었다. 생산 전략 또한 대조적이다. 포드가 계획을 전면 수정하며 혼란을 겪는 사이, 현대차는 조지아주 메타플랜트를 통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혼류 생산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 비중을 즉각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관세문제로 판매가 위축됐지만, 탄탄하게 기반을 다지는 중이다.
무엇보다 실체 있는 제품 전략에서의 격차가 눈에 띈다. 포드가 3만 달러대 저가 전기차를 위한 플랫폼 개발을 위해 앞으로 2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반면, 기아는 이미 EV3와 같은 보급형 모델을 시장에 내놓았고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을 선보였다. 포드의 계획이 아직 청사진에 머물러 있다면, 현대차의 계획은 이미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짐 팔리 CEO는 샤오미나 BYD 같은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 대해 솔직한 두려움을 표해왔다. 중국 업체들은 이미 전기차를 넘어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영역을 확장하며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포드는 차세대 플랫폼이 완성될 때까지 2년의 시간을 벌고자 한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로 수익을 방어하며 차세대 플랫폼을 준비하겠다는 전략은 합리적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 속도는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GM조차 최근 전기차 부문의 수익성 개선을 증명하며 앞으로 치고 나가는 상황이다.
전기차 캐즘이라는 거대한 파도는 모든 제조사에게 닥친 공통된 시련이다. 하지만 그 파도를 넘는 방식에서 포드와 현대차는 다른 배를 탔다. 현대차가 파도를 타고 넘으려 한다면, 포드는 잠시 닻을 내리고 파도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모양새다.
물론 수요가 둔화된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를 강행하는 것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또한 미국의 정치적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포드의 보수적인 접근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포드의 이번 결정이 단순한 현실 안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2년 뒤, 포드가 야심 차게 준비한 차세대 플랫폼이 등장했을 때 시장은 이미 현대차나 중국 기업들이 선점한 뒤일지도 모른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