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탄소중립, 인간의 탐욕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라는 칼럼을 썼었다. 지구의 미래보다는 당장에 수익성이 중요하다는 것 때문에 쉽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어느 것이 옳으냐보다는 선택의 영역이라는 양비론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어 국가도 그렇고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혜택이 있느냐를 우선 생각한다. 그래서 전문가와 석학들의 생각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나의 주머니를 먼저 생각하는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 AI 가 발전하면서 전력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자 다시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태양광발전소는 설치 후 가동까지 6개월이면 되지만 원자력은 15년 이상 소요된다는 것도 먹히지 않는다. 원자력 산업 자체의 수익을 우선시한다. 어쨌든 유럽연합의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는 철회됐다. 정확히는 완화됐다. 사실상 후퇴한 것이다. 그로 인한 책임을 다음 세대에게 넘긴 것이다. 그러면서 부상한 것이 합성연료, 즉 e-퓨얼이다. 환경을 위한 인류의 노력과 유럽연합의 e-퓨얼의 현재와 전망을 짚어 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자동차 관련 환경규제는 미국이 먼저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1970년 머스키법과 1992년 캘리포니아의 클린 에어액트(Clean Air Act)다. 머스키법은 1975년까지 유해가스 배출량을 1971년의 1/10로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는 내연기관 금지법이라고 할 만큼 어려운 과제였다. 머스키법에서는 탄화수소와 질소산화물을 1/7 수준으로 대폭 저감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로 3원 촉매와 엔진의 전자제어화에 의해 가솔린 엔진차에서 대응할 수 있었다. 혼다가 1973년 2월 2일 CVCC엔진으로 세계 최초로 머스키법을 클리어했고 이에 따라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혼다의 이미지는 확실하게 각인되었다. 이후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는 그 기술을 벤치마킹해 다시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클린 에어액트는 자동차산업에 환경이라는 단어를 부각한 결정적인 사건이다. 1998년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 완전무공해차 2%를 판매하지 않으면 자동차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법은 자동차회사들의 현실적인 한계(?)로 2008년 8%의 완전무공해차의 판매로 연기되었고 그 역시 2012년 3%로 후퇴했다. 그런데도 클린 에어 액트는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정부가 아무리 강력하게 주도해도 기술적인 한계, 정확히 말하면 그의 실현을 위한 투자가 지나치다는 자동차회사들의 반대에 부딪히면 실현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폭스바겐 스캔들과 코로나19로 전기차로의 전환 움직임이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유럽연합에서 우여곡절 끝에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법이 통과됐다. 이 법의 추진 초기였던 2021년에 컨설팅회사 KPMG는 2030년 배터리 전기차 점유율이 50%에 달할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2023년 초에 25%로 낮추었다. 코로나가 진정되자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더 정확히는 트럼프의 역주행으로 미국의 친환경정책이 후퇴했고 그것이 유럽연합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미국의 정책 변화가 중국을 제외한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전기차로의 전환을 강제하는 것은 기후 재앙이다. 최선은 아니지만 현재로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투자은행도 전기차로의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 물론 그러면서도 그들도 화석연료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가 이루어져야 그들의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환경보다는 수익이 우선이다. 투자은행들은 그들의 수익성을 고려해 각종 전망을 쏟아 낸다.
그리고 2025년 말 유럽연합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사실상 철회했다. 합성연료 허용으로 탈 내연기관 전략 수정한 것이다. 독일 주도로 e-퓨얼 예외 인정이 관철된 것이 포인트다. 이탈리아와 폴란드 등 일부 국가들도 독일을 지지했다. 유럽 자동차 업계로써는 유연성을 확보해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상황은 2035년부터 신차 CO2 배출량 100% 감축 목표는 유지된다. 예외적으로 e-퓨얼 등 탄소 중립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는 2035년 이후에도 신차 판매가 허용된다. E퓨얼을 사용하는 자동차 운행 시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음을 보장하는 특정 기술 및 센서를 장착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결정은 유럽 자동차 업계에 유연성과 동시에 복잡성을 부여하게 됐다. 우선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 가속화다.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 조절이 가능해진다.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수요 둔화 우려 속에 이번 예외 인정으로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및 e-퓨얼 내연기관 모델을 더 오래, 더 자신 있게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는 특히 포르쉐와 람보르기니 등 고성능 스포츠카 제조사들에게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다양한 기술에 투자를 분산하는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e-퓨얼 인프라 및 기술 개발에도 탄력이 붙게 된다. e-퓨얼의 생산 비용은 아직 매우 높고, 필요한 인프라 구축도 초기 단계이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공식적인 허용으로 인해 관련 연구개발 및 대량 생산 투자가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e-퓨얼의 탄소 중립성이 실제로 환경 목표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수 있다.
시장측면에서는 불확실성이 줄어들 수 있다. 급진적인 기술 전환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과 인프라 부족 문제를 우려했던 제조사들은 단기적인 시장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배터리 전기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느린 남유럽 및 동유럽 시장에 대응하기 용이해졌다. 긍정적인 해석을 하자면 유럽연합의 이번 결정은 유럽 자동차 업계에 배터리 전기차 전환 목표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시장과 기술의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과도기적 전략을 제공하게 됐다고도 할 수 있다.
e-퓨얼은 포르쉐와 아우디를 중심으로 한 폭스바겐 그룹이 선두주자다. 포르쉐는 e-퓨얼 기술 개발과 대량 생산 체제 구축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과 협력하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내연기관 스포츠카의 미래를 확보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포르쉐는 e-퓨얼 생산 설비 개발 기업인 HIF 글로벌 LLC에 7,5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핵심 지분을 확보했다. 2022년 12월부터 칠레 남부 푼타 아레나스에 위치한 파일럿 플랜트 하루 오니를 가동하고 있다. 이 공장은 1년 중 약 270일 동안 강한 바람이 부는 칠레 남부 파타고니아 지역의 풍력 에너지를 활용한다. 이 재생 에너지로 물을 전기 분해하여 수소를 얻고, 이를 대기 중 포집된 CO2와 결합하여 합성 메탄올을 생성한 후, 최종적으로 e-퓨얼로 전환한다.
시범 단계에서 연간 13만 리터의 e-퓨얼l 생산을 목표로 하며, 2025년 이후 연간 5,500만 리터, 나아가 5억 5천만 리터까지 생산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초기 생산된 물량은 포르쉐 모터스포츠 이벤트나 포르쉐 익스피리언스 센터 등에서 사용되며, 궁극적으로는 포르쉐의 상징적인 스포츠카 '911' 모델 등에 시험 사용될 예정이다.
포르쉐는 폭스바겐 그룹 이노베이션팀, HIF 글로벌, MAN 에너지 솔루션 등과 함께 e-퓨얼 생산의 핵심 원료인 CO2 확보를 위해 직접 공기 포집 기술의 파일럿 시설 통합을 검토 중이다. 이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환경 친화적인 방식으로 대량 추출하여 e-퓨얼 생산에 필요한 주 원료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포르쉐는 이 기술이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기후 변화 대응책이자, 생산 공정의 필수 원료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폭스바겐 그룹 이노베이션팀은 직접 공기 포집 기술의 자동차 생산 적용 및 칠레 e-퓨얼 플랜트 통합 방안을 공동으로 검토하며, 그룹 차원의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포르쉐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80%를 배터리 전기차로 구성할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e-퓨얼이 전동화 전략을 보완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포르쉐 R&D 이사회 멤버 마이클 슈타이너는 "전기차 보급이 빨라져도 앞으로 수십 년간 도로 위에 존재할 수많은 내연기관 차량(현재 약 13억 대)에 탄소 중립적인 대안을 제공함으로써 기후 보호에 중대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은 e-퓨얼이 대량 생산되어 경제성을 확보할 경우 기존 내연기관 차량 소유주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e-퓨얼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탄소 중립 모빌리티로 전환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e-퓨얼은 기존 화석 연료 기반 차량의 엔진과 연료 시스템을 변경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연료이다. 따라서 e-퓨얼이 상용화되면 기존 내연기관차 소유주들은 자동차를 교체하거나 개조할 필요 없이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제조 과정에서 대기 중 CO2를 포집하고, 연소 시 배출하는 CO2는 이미 포집한 CO2이므로 순 배출량이 0에 가까운 탄소 중립을 구현할 수 있다. 이로써 기존 차량 소유주들도 환경 규제 압박 없이 자동차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
내연기관차의 수명 연한에 대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e-퓨얼은 기존 내연기관차의 시장 가치와 운용 가능 기간을 연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내 세우고 있다. 특히 클래식카나 고성능 스포츠카와 같이 전동화가 어려운 특정 모델들에게 중요한 생명줄이 될 전망이다.
e-퓨얼의 대량 생산이 기존 자동차 운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두 가지 주요 과제가 있다. 우선은 연료 가격 경쟁력 확보다. 현재 e-퓨얼은 생산 비용이 매우 높아 일반 화석 연료 대비 훨씬 고가이다. 대규모 재생 에너지 설비 투자와 생산 공정 효율화를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포르쉐와 같은 제조사들의 투자가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소비자들이 수용 가능한 가격대에 도달할 수 있다.
유통 인프라도 풀어야 할 과제다. e-퓨얼은 기존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기차 충전소만큼이나 e-퓨얼 전용 또는 혼합 주유 인프라가 대규모로 확장되어야 운전자들의 접근성이 확보된다.
만약 e-퓨얼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대규모 유통된다면, 내연기관차 소유주들은 배터리 전기차로의 전환을 늦추거나 보류할 수 있는 선택지를 얻게 되어, 향후 수십 년간 멀티 모빌리티 시대가 공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이번 패키지 발표가 끝은 아니다. 이 모든 변경 사항은 집행위원회의 제안일 뿐이다. 자동차 패키지가 최종 규정으로 확정되려면 EU 의회와 EU 이사회(회원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EU 이사회에서는 EU 인구의 최소 65%를 대표하는 최소 15개국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CO₂ 목표 완화를 주장하는 독일 등 6개국과 야심 찬 전기화를 추진하는 스페인, 프랑스 등 다른 국가들 간의 입장차가 커 승인이 불확실하며, 만약 패키지가 실패할 경우 2035년 CO₂ 0g 목표가 계속 적용된다.
당장에 e-퓨얼의 수요 증대보다는 이를 계기로 또 다른 단계로 내연기관의 사용 늘리고자 하는 움직임을 예상하는 것이 작금의 분위기에서는 더 합리적인 전망인 것 같다.
내연기관 판매가 2019년 이후 연간 400만 대씩 감소하며 회복 불가능한 길을 걷고 있다. 반면, 유럽 내 배터리 전기차 판매는 600% 급증했으며, 플러그인 자동차(BEV+PHEV)의 시장 점유율은 약 30%에 달하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해석도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른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자동차업계의 기본 입장은 전기화라는 목표는 변함이 없지만 그 방법론에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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