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주행 거리와 효율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실험 결과가 공개되었다. 르노는 최근 '바퀴 달린 연구소'로 불리는 실험용 전기차 필랑트(Filante)를 통해 87kWh 용량의 배터리 팩 하나만으로 총 1,008km(626마일)를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기록은 모로코의 UTAC 테스트 트랙에서 진행되었으며, 평균 시속 102km(63mph) 이상의 속도로 10시간 미만의 주행 시간을 기록하며 실제 고속도로 주행과 유사한 조건에서 달성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놀라운 점은 주행을 마친 후에도 배터리 잔량이 11%나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다. 르노 측은 남은 전력을 모두 사용할 경우 주행 거리를 약 1,100km(680마일)까지 늘릴 수 있었거나, 시속 120km의 더 높은 속도에서도 동일한 거리를 완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필랑트가 기록한 평균 전비는 100km당 7.8kWh로, 이를 환산하면 1kWh당 약 12.8km를 주행한 셈이다. 이는 현재 가장 효율적이라고 평가받는 테슬라 모델 3나 루시드 에어의 전비가 1kWh당 약 8km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기술적 진보다.
이러한 효율의 비결은 철저한 경량화와 공기역학적 설계에 있다. 필랑트의 차체 무게는 1,000kg(2,200파운드)에 불과하며, 이는 일반적인 전기 SUV 무게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공기 저항을 극최소화한 유선형 디자인과 마찰 저항을 줄이기 위해 특수 제작된 미슐랭의 좁은 타이어가 장착되었다. 동일한 87kWh 배터리를 사용하는 르노의 양산형 모델 세닉 E-테크(Scenic E-Tech)의 WLTP 기준 주행 거리가 약 610km인 점을 고려하면, 설계 최적화가 주행 거리를 얼마나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아울러 필랑트에는 스티어-바이-와이어(Steer-by-wire) 및 브레이크-바이-와이어(Brake-by-wire) 시스템 등 전력 소모를 줄이는 첨단 제어 기술이 대거 적용되었다. 르노는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주행 거리 극대화 노하우를 향후 차세대 양산 모델에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르노의 가장 효율적인 양산 전기차인 5 E-테크는 실주행에서 1kWh당 약 6.9km의 전비를 보여주고 있으며, 내년에 출시될 더 작고 가벼운 트윙고(Twingo) 모델에서는 필랑트에서 검증된 기술들이 일부 반영되어 한층 개선된 효율성을 선보일 전망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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