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계기판의 연료 게이지 옆에서 주유구 위치를 가리키는 작은 화살표를 고안한 포드의 전직 엔지니어 제임스 모일런(James Moylan)이 지난 12월 11일 향년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모일런은 포드자동차에서 34년간 근무하며 수많은 업적을 남겼으나, 그가 남긴 가장 상징적인 유산은 이른바 '모일런 화살표(Moylan Arrow)'로 불리는 주유구 방향 지시 표시다. 이 작은 삼각형은 현재 전 세계 거의 모든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충전구 위치 안내에 쓰이는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모일런이 이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것은 1986년 4월의 어느 비 오는 날이었다. 당시 포드의 인테리어 트림 엔지니어였던 그는 회사 공용차를 타고 회의에 가던 중 주유소에 들렀다가 주유구 위치를 착각해 반대편에 차를 세우는 실수를 저질렀다. 비를 맞으며 차를 다시 주차해야 했던 그는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젖은 옷을 입은 채로 제품 편의성 개선 제안서를 작성했다. 그는 제안서에 연료 게이지 근처에 작은 화살표를 추가해 운전자가 주차 전 주유구 위치를 즉각 확인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포드 경영진은 그의 제안이 지닌 실용성을 높이 평가했고, 1989년형 포드 에스코트와 머큐리 트레이서 모델에 이 기능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이후 다른 완성차 제조사들도 이 아이디어를 차례로 채택하면서, 별도의 특허 등록 없이도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보편적인 디자인 요소로 확산됐다. 주유구 위치를 기억하지 못해 당황하는 운전자의 번거로움을 해결한 이 디자인은 가장 성공적인 사용자 경험(UX) 개선 사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업계 전문가들은 모일런 화살표가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비용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안전 및 편의 사양이라고 평가한다. 특별한 전자 장치나 복잡한 설계 변경 없이도 직관적인 그래픽 하나로 전 세계 수억 명의 운전자에게 편의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기차 시대에 맞춰 충전구 위치를 안내하는 용도로도 그 역할이 이어지고 있어, 그의 발명은 미래 모빌리티 환경에서도 그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고인의 유족에 따르면 모일런은 생전 자신의 발명이 널리 쓰이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꼈으며, 주유소에서 주유구 위치를 몰라 헤매는 운전자를 볼 때마다 조용히 계기판의 화살표를 가리켜주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라는 거대한 기계 장치 속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친절한 안내서를 남긴 그의 혁신은 오늘도 전 세계 도로 위에서 수많은 운전자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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