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습니다. 13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자동차 산업이 지금처럼 짧은 시간에 근본적인 변화를 겪은 적이 있었을까요? 내연기관에서 전기 모터로, 운전자가 조종하는 기계에서 AI가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로, 그리고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던 시장에서 중국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시장으로의 대전환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자동차 산업은 '좋은 차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어느 나라에 공장을 지을지, 어떤 기술에 투자할지, 어떤 파트너와 손잡을지, 그리고 급변하는 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할지까지 고려해야 하는 총체적 전략 경쟁의 장이 되었습니다. 2025년은 바로 그 전환점이었습니다. 지금부터 올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뒤흔든 10대 이슈를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1. 미국발 관세 전쟁의 시작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다시 한번 긴장해야 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차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을 재추진했고, 이는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다행히 한국은 11월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15%로 낮췄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어디서 만들고, 어디로 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공장을 어디에 지을지, 부품을 어디서 조달할지, 모든 것을 다시 계산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2. 전기차, 양보다 질의 시대로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만 봐도 1~11월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52% 넘게 급증하며 20만 대를 돌파했습니다. 글로벌 시장 역시 전기차 비중이 13.3%까지 올라가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이 '무조건 많이 팔자'는 전략에서 '제대로 팔아서 돈을 벌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부터 레거시 업체들까지, 모두가 수익성을 최우선 과제로 두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차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3. 하이브리드의 역습
"전기차 시대가 왔다"고 외치던 몇 년 전과 달리, 2025년은 하이브리드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충전 인프라 부족, 긴 충전 시간, 높은 차량 가격 등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할 현실적 대안으로 하이브리드가 급부상했습니다.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중국 업체들의 신모델 공세에 힘입어 전년 대비 32% 이상 성장했습니다. 전기차로 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험난하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깨달으면서, 하이브리드는 '징검다리'가 아닌 '하나의 완성된 선택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4. 중국, 세계 자동차 공장이 되다
중국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이제 상상을 초월합니다. 내연기관차 4,000만 대, 전기차 2,50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는데, 이는 전 세계 판매량의 72%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쉽게 말해, 중국은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엄청난 생산능력은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BYD, 니오, 샤오펑 등 중국 브랜드들이 유럽, 동남아시아는 물론 한국 시장까지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과 빠른 기술 개발로 무장한 중국 업체들은 이제 글로벌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과잉생산, 출혈경쟁에 대한 정부의 제재가 시작되는 등 문제도 드러났습니다.
5. 자율주행, 드디어 현실이 되다
2025년은 자율주행 기술이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도로로 나온 원년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폭스바겐은 2026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레벨4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을 발표했고, 한국 정부는 2027년 레벨4 승용차 완전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올해 말 국내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한 테슬라 FSD의 주행영상이 다양한 플랫폼에서 큰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미 서울 상암, 강남, 청계천 일대에서는 자율주행 셔틀과 로보택시가 시범 운영 중입니다. 운전대를 잡지 않고도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시대가 점차 다가오고 있습니다 .물론 법적·기술적 과제가 여전히 많지만, 자율주행은 이제 '만약'이 아닌 '언제'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6. 소프트웨어가 더욱 중요해진 시대
"자동차는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는 말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으로의 전환이 산업 전반에서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은 2022년 AUTOSAR 기반 SDV API 표준화를 완성하면서 신차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했습니다. 이제 자동차는 한 번 만들어진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진화하는 제품이 되었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IT 기업처럼 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7. AI가 자동차를 만나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자동차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AI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학습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AI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차량 설계, 생산 최적화, 고객 맞춤형 서비스까지, 자동차 산업의 모든 단계에서 AI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음성인식 비서는 더 똑똑해지고, 차량은 운전자의 습관을 학습해 최적의 주행 환경을 제공합니다. AI는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지능형 파트너로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8. 2만 유로 전기차의 등장
전기차가 비싸다는 편견을 깨는 움직임이 유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시트로엥, 피아트, 르노 같은 제조사들이 약 2만 유로(약 2,800만 원)대의 저가 전기차를 2025년부터 잇따라 출시한 것입니다.
이는 전기차 대중화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높은 가격으로 보조금이 없다는 구입하기 부담스러웠던 전기차는, 이제 가격이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일반 소비자들도 부담 없이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9. 공장이 움직인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거점을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고, 일본과 유럽 제조사들은 멕시코를 핵심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리버스 조인트벤처(Reverse JV)' 현상입니다. 과거에는 선진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합작회사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글로벌 업체들이 중국 기업의 앞선 전동화·자율주행 기술을 배우기 위해 중국 업체와 손잡고 있습니다. 기술 우위가 뒤바뀌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입니다.
10. 조지아 사태가 주는 경고
2025년 9월,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 475명이 비자 문제로 단속·구금되는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은 해외 투자에는 기술적·경제적 리스크뿐 아니라 정치적·법적 리스크도 존재한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줬습니다.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창출해도,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나 법 집행으로 프로젝트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교훈입니다. 글로벌 진출은 이제 단순히 자본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지정학적 판단을 요구하는 고난도 전략 게임이 되었습니다.
2025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전환'입니다. 전기차로의 전환,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전환, 글로벌 공급망의 전환, 그리고 중국 중심으로의 권력 전환까지.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자동차 산업의 판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기술에 과감히 투자하며, 시장의 신호를 정확히 읽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2026년, 자동차 산업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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