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다이나믹스 연구원들이 CES 2025에서 휴머노이드 로롯 아틀라스를 소개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중심으로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은 5일(현지 시간) 개막한 CES에서 2028년 미국 조지아주 새배너에 조성된 메타플랜트에서 아틀라스를 연간 3만 대 규모로 양산하고 단계적으로 전 세계 생산기지와 물류 현장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연구개발과 파일럿 실증을 넘어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제 산업 현장의 가동 전력으로 편입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글로벌 완성차 중에서는 최초이자 가장 큰 규모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초기 안전과 품질 개선 효과가 검증된 파트 시퀀싱과 부품 핸들링 같은 보조 업무에 집중 투입하고 2030년을 기점으로 조립 공정 등 복잡도가 높은 작업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고강도·고반복·고위험 작업을 로봇이 맡고 근로자는 감독·품질·정비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하는 인력 재배치형 생산 구조를 구현하는 것이 로드맵의 청사진이다. 현대차그룹이 아틀라스의 현장 투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비결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해 현장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덕분이다.
보스턴 다이나믹스 아틀라스.(오토헤럴드 DB)
전날 정의선 회장이 참석한 2026 신년회에서 장재훈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제조 현장 경험을 결합해 실제 현장에서 최적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장과 거의 동일한 조건으로 로봇 데이터를 수집하고 성능을 검증하는 시설 구축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방대한 자율주행 데이터를 축적해 이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을 확보하고 초격차로 앞서나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실제 완성차를 조립하고 실어 나르는 모든 과정의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AI 피지컬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 구도 역시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의 상용화를 예고했고, BMW와 피겨 AI(Figure AI), 메르세데스 벤츠와 앱트로닉(Apptronik)은 생산라인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로봇 기업들도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다수 경쟁사가 여전히 시험적 적용과 제한적 현장 검증 단계에 머무는 것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연간 양산 규모와 자체 공장 내 대량 배치라는 구체적 실행 전략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차세대 아틀라스가 작업 현장에서 물품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보스턴 다이나믹스 제공)
이는 로봇 제조와 글로벌 생산운영 체계를 동시에 보유한 기업만이 시도할 수 있는 내재화 기반 확산 모델이며 규모의 경제와 학습 속도 면에서 경쟁우위를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아틀라스의 기술적 진화도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한다. CES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차세대 아틀라스는 완전 전동식 휴머노이드로 산업 현장 실사용을 전제로 설계가 재정비됐다. 56개의 자유도 관절과 2.3m에 이르는 작업 리치, 최대 50kg 하중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물류·조립·자재 핸들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자율 모드, 원격 조작, 태블릿 인터페이스 등 유연한 제어 체계를 갖췄다. 한 로봇이 학습한 작업을 즉시 전체 플릿에 공유할 수 있는 작업 전이 구조와 배터리를 스스로 교체하고 충전 도킹까지 수행하는 연속 운영 능력, 넓은 환경 허용 범위와 높은 내환경성, 사람 인지와 무인 안전가드 기능 등은 산업 현장 전개를 전제로 한 운영 신뢰성을 강조한다.
하나의 완성된 아틀라스를 세포처럼 무한 증식을 통해 필요한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제조·물류 시스템과의 연동과 자동차 공급망 호환성을 고려한 부품 단순화, 계열사 기반 액추에이터 공급 체계 역시 유지보수 비용과 부품 수급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생산친화적 구조를 갖추게 된다.
보스턴 다이나믹스 아틀라스.(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 도입을 통해 산업안전 강화, 품질 안정화, 생산 탄력성 제고라는 세 가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와 생산현장 인력 수급 불균형, 이른바 3D 공정 기피 현상 등 제조 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고려할 때 휴머노이드는 단순 자동화 설비를 넘어 인력 구조와 생산 방식 자체를 재편하는 전환 장치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아틀라스는 이제 실험실의 상징적 존재를 넘어 양산과 배치, 운영이라는 산업의 언어로 재정의되고 있다. 휴머노이드 경쟁의 무게 중심이 가능성의 영역에서 실행의 단계로 이동한 지금 남은 과제는 기술과 경제성, 그리고 사회적 신뢰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 것인지에 있다. 현대차그룹이 그 균형을 먼저 달성하면 가까운 시간 제조 패러다임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